우리나라는 코레일이라는 독점 형태로 철도가 운영 중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운영 행태를 경험하기 어렵다. 일본은 예전부터 국철이었던 JR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사철 형태의 철도가 많아서 다양성과 경쟁이 하나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지던 곳이다. 거기에 국철까지 민영화되어서 JR이라는 회사로 분사하게 되었는데, 같은 이름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회사로 운영하는 영향으로, 신칸센 역시 구간에 따라 운영 주체가 달라지게 되었다. 지역을 기준으로 노선을 나누던 재래선과 달리 신칸센은 지역과 상관없이 하나의 노선은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쉽게 말해서 도쿄와 신오사카를 연결하는 도카이도 신칸센의 경우 JR도카이에서 전 구간에 걸쳐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도쿄와 신아오모리를 연결하는 도호쿠 신칸센의 경우 JR동일본에서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형태다.
그렇다고 해서 노선이 달라진다고 해서 상호 간에 승강장을 공유하거나 노선을 넘어 다른 노선으로 운행을 막은 것은 아니다. 즉, 두 노선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도쿄역을 제외하면 운영회사가 달라지더라도 자유롭게 열차가 그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대신 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역명판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자 한다.
JR홋카이도(좌), JR동일본(우)의 신칸센 역명판.
JR도카이(좌), JR규슈(우)의 신칸센 역명판.
JR서일본의 신칸센 역명판.
JR 시코쿠를 제외한 JR 여객철도 회사는 모두 신칸센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JR규슈를 제외하면 모두 회사의 대표 색과 흰색을 배경으로 한 역명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혼슈 3개 회사가 아닌 JR홋카이도와 JR규슈의 경우 한자보다 히라가나를 더 크게 적어놓은 것도 특징이다. 또 혼슈 3개 회사는 열차 진행방향에 맞춰 화살표를 표기했지만, 나머지 2개 회사는 양방향 모두 화살표로 표기한 점도 다르다.
JR서일본의 경우 도쿄 이남으로 운행 중인 산요 신칸센은 역명판이 천장에 부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도쿄 이북으로 운행 중인 호쿠리쿠 신칸센은 게시판처럼 승강장에 세워진 역명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역명판 자체만 보면 크게 다를 것이 없다.
JR동일본의 경우 몇 년 전 역명판을 개선하면서 역 이름 우측에 중국어 표기와 한국어 표기를 추가한 것도 눈에 띈다. JR규슈는 다른 신칸센과 달리 남색 바탕에 흰색 글씨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호쿠리쿠 신칸센의 역명판과 마찬가지로 게시판 형태인 것을 볼 수 있다. JR홋카이도, JR도카이, JR서일본의 경우 위치는 살짝 다르지만 JR 마크도 함께 표기한 것이 눈에 띈다.
운영 회사 경계에 위치한 신칸센 역명판.
노선이 달라지지만 직통운행을 하는 신칸센. 회사가 달라지는 경계역에 위치한 3개 역을 담아보았다. 먼저 홋카이도 신칸센과 도호쿠 신칸센의 경계역인 신아오모리역. 역명판은 JR동일본의 디자인으로 되어있는데, 도호쿠 신칸센이 먼저 개통했기 때문에 JR홋카이도 디자인의 역명판은 찾아볼 수 없다.
승강장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역명판을 볼 수 있는 재래선과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단일화된 역명판이다. 동일 선상에서 도카이도 신칸센과 산요 신칸센의 경계역인 신오사카역도 JR도카이의 디자인만, 산요 신칸센과 규슈 신칸센의 경계역인 하카타역도 JR서일본의 디자인만 있다.
조에츠묘코역 역명판.
한편 신칸센 노선으로는 최초로 2개 회사(JR동일본, JR서일본)로 운영 중인 호쿠리쿠 신칸센은 노선 중간에 역명판이 바뀌게 되는데, 그 경계역 역할을 하는 역이 조에츠묘코역이다. 이 역을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JR서일본 디자인의 역명판이, 동쪽으로는 JR동일본 디자인의 역명판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호쿠리쿠 신칸센은 나가노 신칸센이 개통한 이후 연장 선상으로 봐서 먼저 개통한 JR동일본 역명판을 사용한 모양이다.
신칸센 역 가운데 유일하게 두 회사 역명판이 있는 도쿄역 역명판.
한편 신칸센이지만 서로 직통 운행을 할 수 없는 도쿄역은 하나의 회사가 아닌 두 회사 역명판을 볼 수 있다. 승강장을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하나의 승강장으로 통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도쿄역 역명판을 보면 인접역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물론 운행하는 열차의 편성도, 디자인도 완전히 다르다.
간선 축을 이루는 신하코다테호쿠토역과 가고시마주오역.
모든 노선은 처음과 끝이 있다. 북쪽으로는 아직 신칸센이 공사 중이어서 언젠가 바뀌겠지만 2020년 현재까지는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이 신칸센의 최북단 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쪽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가고시마주오역이 신칸센의 최남단 역이 되었다. 두 역을 한 번에 잇는 신칸센은 없으며, 최소 3회 이상(하카타 또는 신오사카, 도쿄)은 갈아타야 갈 수 있다. 물론 순수 열차 탑승 시간만으로도 편도로 최소 10시간이 넘기 때문에 하루 만에 왕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선 신칸센의 종착역 역명판.
JR동일본이 운영하는 도호쿠 지역의 신칸센은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지선 노선이 많다. 동일 규격의 신칸센으로 운행하는 호쿠리쿠 신칸센과 조에츠 신칸센, 미니 신칸센으로 운행하는 아키타 신칸센과 야마가타 신칸센이 거기에 해당하는 노선이다. 간선 신칸센인 도호쿠 신칸센이 태평양 연안인 동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우리나라 동해안 쪽의 주요 도시들과 도쿄를 잇기 위해서 별도로 노선을 더 만든 결과다.
반면 도쿄 이남으로는 단일 노선처럼 통일되었는데, 아무래도 도쿄 이남에서 우리나라의 동해안을 낀 도시들은 신칸센이 다닐 만큼 유동인구가 많거나 큰 도시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단, 2022년에 개통 예정인 규슈 나가사키 신칸센이 그 단일 노선을 벗어나는 첫 번째 신칸센이 될 예정이다.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신칸센 역명판.
갈라지는 구간에 위치한 역들. 다른 역명판과 달리 인근 역이 두 곳인지라 역명판의 디자인도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물론 같은 역이지만 두 역을 한 줄에 표기한 역명판도 볼 수 있다. 역명판에 인근 역이 두 줄로 적혀있으니 확실히 역명판에 빈 공간 없이 가득 차 보인다.
JR동일본 소속이지만 모양이 다른 역명판.
한편, JR동일본 소속의 신칸센 역이지만 다른 디자인을 사용하는 신칸센 역명판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역명판을 가진 역은 많지는 않지만 일반적이지 않아서 더 각인이 잘 된다. 물론 인근 역 표기 역시 기존 역명판은 화살표 안에 한자 표기가 있지만, 히라가나가 크게 적혀있는 역명판의 경우 화살표에는 글자가 없다.
일부 재래선역의 역명판에서도 이러한 형태의 역명판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칸센 역이라는 느낌이 크게 없다. 이런 디자인의 역명판은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거점역에서는 볼 수 없어서 완행열차를 타지 않는 한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신칸센 전용 역이지만 보통열차 운임을 받는 역.
마지막으로 신칸센이 다니지만 재래선 요금을 받는 두 역의 역명판을 담아보았다. 조에츠 신칸센의 가라유자와역은 스키 시즌에만 운영하는 임시역인데, 인근 역인 에치고유자와역에서 불과 3분 거리에 있다. 말 그대로 스키장을 위해 만들어진 역인데, 가라유자와역에서 에치고유자와역까지 탑승하면 가장 싼 요금으로 신칸센을 이용할 수 있어서 일본 유튜브에 자주 소개되곤 한다.
한편 산요 신칸센의 차량기지가 있는 하카타미나미역은 가라유자와역과 달리 열차가 상시로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8량 편성의 고다마호에 한정되어 있으며, 하카타역에서 하카타미나미역까지 운행하는 동안은 고다마 호라는 이름이 빠진 채로 운행한다. 우리나라도 서울 또는 용산역에서 행신역까지 운행하는 일부 열차가 이런 형태의 열차지만, 고속철도 요금을 고스란히 받아서 이 구간만 이용하는 승객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만약 추후에 JR 시코쿠도 신칸센을 운영한다면 또 어떤 새로운 디자인의 역명판이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JR홋카이도와 JR규슈 그리고 JR도카이는 재래선과 신칸센의 역명판도 다른 디자인을 채택해서 같은 역이어도 재래선 역과 신칸센 역의 다른 역명판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