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 역명판에 관한 고찰 두 번째 이야기
한자 권역인 동북아시아 국가에서 지명은 대체적으로 두 글자에서 세 글자를 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지명이나 사람 이름에서 두 글자가 보편화되어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한자 권역인 중국이나 일본을 봐도 대체적으로 두 글자 지명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본어의 경우 음독과 훈독으로 읽는 방법이 이원화되어있어서 한자 수는 두 글자라도 히라가나로 풀면 글자 수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한자 자체로만 보면 두 글자로 된 지명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두 글자로 된 지명은 역 이름에도 영향을 끼쳐서 주요 역은 대부분 두 글자의 한자어로 이루어진 역이 많다. 그러나 역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같은 지명 안에 여러 역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역임을 구분하기 위해서 새로 생긴 역은 역 이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신칸센 역의 경우 기존 재래선 역과 구분하기 위해서 '신 OO' 역으로 개통했는데, 대표적인 역이 바로 신오사카역이다. 세상에는 항상 예외가 존재하듯 신오사카역처럼 신칸센 역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글자가 하나 더 늘어나는 역도 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역 이름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지도 상의 노선도에도 유독 눈에 띄는 역들을 모아보며, 역 이름이 어떻게 길어지게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도카이도 신칸센의 기후하시마역을 살펴보면, 먼저 기후는 현재 기후하시마역이 있는 곳의 현이 기후현이라서 거기서 온 역 이름으로 보인다. 한편 하시마는 기후하시마역이 있는 곳의 도시 이름이다. 기후하시마역은 JR만 볼 때 신칸센 단독 역인데, 이곳에는 메이테츠라 불리는 사철이 운행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테츠 소속의 역은 기후하시마역이 아니라 신하시마역으로, 오히려 신칸센 역처럼 보인다.
시치노헤토와다역을 비롯해서 시로이시자오, 혼조와세다역도 모두 JR 단독 역으로, 기후하시마역과 달리 다른 철도 교통으로 환승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승객이 많기 어려운 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 있는 6개 역 중 나스시오바라역을 제외하면 인접역이 대부분의 열차가 정차하는 거점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외면받기 쉬운 역이다.
이와테누마쿠나이역은 원래 재래선만 있을 때는 누마쿠나이역이었으나, 신칸센 개통 이후 이와테현의 이와테를 덧붙여서 역 이름이 길어진 특이한 경우다. 그리고 이와테는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 표기해서 역 이름이 더 길어지게 했다. 한편 누마쿠나이역은 신칸센 개통 이전에는 JR 소속의 역이었으나, 이와테누마쿠나이역으로 바뀐 이후에는 제3 섹터 철도인 이와테 은하 철도 소속으로 이관된 상태다.
나스시오바라역은 원래 히가시나스역으로 개통했으나, 신칸센 개통에 맞춰서 신나스역으로 개칭되려 했다. 하지만 신칸센 개통을 앞두고 시오바라라는 지명을 추가로 넣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최종적으로 현재 역 이름인 나스시오바라역으로 바뀌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나스시오바라역이 있는 이 지역에 통합 창원시와 같이 여러 도시가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도시 이름은 나스시오바라시가 되었다. 통합시 명칭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나스시오바라역이라고 한다. 이처럼 역 이름이 오히려 역으로 지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홋카이도 신칸센의 마지막 역인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은 '신 OO'역의 형태를 갖춘 역이다. 하지만 역 이름이 길어진 까닭에는 하코다테 외에 호쿠토라는 지명이 추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코다테역은 하코다테시에 위치하지만 신하코다테역은 거기서 멀리 떨어진 호쿠토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호쿠토시에서 시오나스바라역과 같이 호쿠토를 역 이름에 넣어달라고 요청한 끝에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이 되었다. 사실 신호쿠토역이라 불려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워낙 하코다테가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두 지명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냥 하코다테호쿠토라고 해도 될 것 같지만 홋카이도 지역의 첫 번째 신칸센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서 '신 OO'형태로 역 이름을 채택한 것 같다.
한편 신칸센 최남단 역인 규슈 신칸센의 가고시마주오역은 '신 OO'역이 아니라 'OO주오'형태의 역 이름이다. 가고시마라는 지명 자체가 세 글자의 한자어라 이름이 긴데, 거기에 중앙을 뜻하는 '주오'가 추가되어 역 이름이 길어졌다. 여기에는 기존 재래선 역의 이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고시마주오역이 되기 전까지 이곳의 재래선 역 이름은 니시가고시마역으로, 지금의 가고시마역보다 서쪽에 있어서 '니시'라는 글자가 붙었다. 열차 노선도 가고시마역을 기점으로 가고시마 본선과 닛포 본선이 분기되고 있으며, 특급열차의 기준역도 가고시마역이었다. 하지만 신칸센이 개통하면서 가고시마역의 위상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가고시마주오역의 위상이 올라가게 되었다. 가고시마주오역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가고시마의 중심역이라는 의미를 더욱 부각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한 영향으로 역 이름도 무려 다섯 글자에 이르게 되었고, 지도 상에도 그 어떤 역보다 눈에 잘 띄는 역이 되었다.
도호쿠 신칸센의 미즈사와에사시역은 미즈사와와 에사시로 나눠볼 수 있다. 미즈사와는 현재 역이 있는 지역의 지명이다. 하지만 에사시는 예전에 이 지역을 불렀던 명칭으로 현재 지도상에 에사시는 찾을 수 없다. 이 역의 인근에는 미즈사와역이 있어서, 신칸센 전용역인 미즈사와에사시역은 '신 OO'역 형태인 '신미즈사와역'이 될 수 있었다. 인근 역인 신하나마키역은 그와 같은 형태지만 미즈사와에사시역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처럼 길어진 역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도카이도 신칸센의 미카와안조역도 미카와와 안조로 나눠볼 수 있다. 미카와는 미카와안조역이 있는 지역의 옛 지명으로 현재는 아이치현 일대를 일컫는 지명이었다. 안조의 경우 미카와안조역이 있는 곳의 도시 이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래선 미카와안조역의 다음 역은 안조역이 있다. 이 역 역시 미즈사와에사시역처럼 '신 OO' 역 형태인 '신안조역'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미카와라는 지명을 사용하면서 기후하시마역과 함께 도카이도 신칸센에서 가장 긴 역이 되었다.
규슈 신칸센의 치쿠고후나고야역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신칸센이 개통하기 전에는 후나고야역이라 불렸던 역이지만, 도호쿠 신칸센의 이와테누마쿠나이역처럼 신칸센 개통과 함께 역 이름이 길어졌다. 치쿠고는 치쿠고후나고야역이 있는 지역의 옛 지명이면서 현재 치쿠고시의 지명이다. 미카와안조역과 달리 추가로 붙은 지명이 현재 있는 지명이다.
역시 두 개의 지명이 하나가 되어 역 이름이 된 안나카하루나역.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안나카역이 있기 때문에 여기도 '신안나카역'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나카하루나역 인근에 있는 하루나산의 이름을 따서 안나카하루나라는 역 이름이 탄생했다.
이 역의 인근 역은 거점역인 다카사키역과 도쿄 인들이 휴양지로 찾는다는 가루이자와역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역이다. 그래서 정차하는 열차보다 통과하는 열차가 많다. 그러나 역 이름으로 인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지게 하는 역이다.
이번에는 많지는 않지만 고원이 붙어서 역 이름이 길어진 역을 살펴보겠다. 조에츠 신칸센의 조모코겐역과 도호쿠 신칸센의 쿠리코마코겐역. 두 역 모두 신칸센 역만 있는 단독 역으로, JR 소속의 재래선은 물론 사철이나 제3 섹터 철도도 없는 역이다. 더욱이 쿠리코마코겐역의 경우 지하철 역처럼 2선 2승강장 형태로 되어있어서 최대 320km/h로 통과하는 열차가 승강장을 지나갈 때면 공포감이 느껴진다. 그에 비하면 조모코겐역은 대피선로가 있는 역이라 규모만 따지고 보면 제법 큰 역이다.
쿠리코마코겐역은 역의 규모는 작지만 히라가나로 길게 늘어뜨린 역 이름으로 인해 도호쿠 신칸센 소속의 역 가운데서는 역 이름이 가장 긴 역이다. 조모코겐역도 조에츠 신칸센 노선 중 임시역인 가라유자와역을 제외하면 에치고유자와역과 함께 역 이름이 네 글자로 가장 긴 역이다. 조모코겐역 역시 인근 역에 비해 열차 빈도가 낮지만 긴 역 이름으로 인해 한 번쯤 관심을 가질만한 역이다.
한편 눈에 띌 정도로 역 이름이 긴 역도 있으니, 신칸센 중 최근에 개통한 호쿠리쿠 신칸센의 구로베우나즈키온센역과 홋카이도 신칸센의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이다. 구로베우나즈키온센역은 순수하게 한자로만 일곱 글자일 정도로 역 이름이 길다. 반면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은 이 지역 이름인 이마베츠에 한해 히라가나로 표기해놓아서 역 이름이 상대적으로 길게 보인다.
구로베우나즈키역의 경우 JR 소속 재래선이 운행하지 않지만,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은 바로 인근에 붙어있지만 역 이름이 전혀 다른 JR 소속의 재래선 역이 있다. 이렇게 역 이름이 서로 다른 이유는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의 경우 JR홋카이도 소속의 홋카이도 신칸센이지만, 재래선 역인 츠가루후타마타역은 JR동일본 소속이기 때문이다. 신칸센이 지역과 무관하게 하나의 노선별로 하나의 회사가 관리하기 때문에 일부 역은 회사가 다르다. 하지만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처럼 역 이름이 달라지는 경우는 이곳이 처음이다.
아마도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이 신칸센 역 가운데 가장 적은 승객 수위를 다투는 역인 만큼 조금 더 관심을 끄는 역으로 보이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해 구로베우나즈키온센역은 눈에 띄는 역을 만들려고 했다기보다 주변 지명을 최대한 반영하다 보니 이렇게 역 이름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니 신칸센의 야마가타 신칸센에도 역 이름이 긴 역을 찾을 수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히라가나와 한자의 조합인 역이다. 신칸센 전체 노선을 보아도 히라가나와 한자 조합의 역은 이와테누마쿠나이역과 쿠리코마코겐역,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등 세 역에 불과하다. 하지만 야마가타 신칸센 하나의 노선에만 그와 같은 형태의 역이 두 개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