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도 방랑객 Jul 08. 2020

OO입구 역 vs OO앞 역

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여섯 번째 이야기

  지하철 역은 주로 주변 지명을 사용한다. 그러나 지하철 노선이 늘어나고 거기에 맞춰 역도 늘어나면서 지명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역들이 있다. 이럴 경우 대학교나 인근의 랜드마크가 되는 장소를 활용해서 역 이름을 부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지명을 활용한 역이 많은데, 그냥 한양대, 고려대나 부산대 등과 같이 학교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역도 있지만, 학교 뒤에 '입구'를 붙인 역도 꽤 많다.


OO입구역을 많이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지하철.


  바로 붙어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입구'라는 지명이 더 붙은 것으로 보이는 'OO입구' 역들. 주로 이렇게 '입구'가 붙는 역은 대학교가 역 이름으로 붙은 역들이 많다. 입구가 들어간다고 해서 그 지명의 관문이라는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입구'가 들어간 역의 지명에 그 지명에 해당하는 학교나 랜드마크가 있다고 생각하고 역에 내리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보조역명도 OO입구가 들어가는 역을 제법 찾을 수 있다.


  한편 '입구'가 붙은 지명은 역 이름으로 직접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조 역명도 찾아보면 제법 찾을 수 있다. 역시 여기에도 대학교 지명이 많은 편이다.


OO앞 역이 더 많이 보이는 일본 지하철 역.


  한편 일본은 'OO앞' 역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버스 정류장은 'OO앞'이라고 적힌 정류장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일본은 버스는 물론 지하철이나 열차까지 'OO입구'라는 지명보다는 'OO앞'이라는 지명이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OO앞'이라고 된 역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주요 관공서는 대체적으로 'OO앞' 역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공서의 경우 별도로 'OO입구'라는 표기 대신에 관공서 명(ex. 시청, 공항 등)만 표기한 역을 더 익숙하게 볼 수 있다.


영어 표기에도 앞(mae)을 표기하는 안내판.


  우리나라의 경우 'OO입구' 역이라고 하더라도 영어 표기는 따로 '입구'에 해당하는 명칭을 표기하지 않지만, 일본의 경우 'OO앞' 역이면 '앞'에 해당하는 '前(mae)'도 함께 표기함을 알 수 있다.


OO앞 역이 이어지는 후쿠오카 지하철 하코자키선.


  'OO입구' 역은 지도 상에서 잘 보기 힘든 흔치 않은 역 이름이다. 물론 'OO앞' 역 역시 일본 지하철 역 가운데 그렇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후쿠오카 지하철 하코자키선은 노선의 절반 이상이 'OO앞' 역인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OO앞' 역이 세 역 연속으로 이어져서 버스 정류장의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역 이름 끝이 아니어도 OO앞이 붙는 역.


  한편 'OO입구' 역이나 'OO앞'이라는 지명은 거의 역 이름 끝에 붙는 경우가 많은데, 오사카 지하철 다니마치선에는 'OO앞' 표기 이후에도 추가로 역 이름이 더 이어지는 역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역은 시텐노지마에 유히가오카역으로, 영어 표기를 보면 역 이름 첫 글자에만 사용하는 대문자가 'OO앞' 뒤에도 또 하나의 새로운 역 이름처럼 대문자가 등장함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OO앞 역.


  한편, 'OO입구' 역이 주가 되는 우리나라에도 'OO앞' 역을 찾을 수 있다. 역이 많은 수도권에서 4개 역이 있는데, 6호선에만 두 역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여기 있는 역은 모두 사연이 있는 역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다른 역과 같이 'OO입구' 역이 아닌 'OO앞' 역으로 설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동묘앞역은 원래 환승역이 아니었으나, 6호선 개통 이후 기존 다녔던 1호선에서 역을 새롭게 만들어서 환승역이 되었다. 효창공원앞역도 역시 환승역이 아니었으나, 경의선의 지하화 개통 때 새롭게 역을 만들어서 환승역의 지위를 갖추게 되었다. 안산선으로 불리는 4호선과 수인분당선이 만나는 한대앞역은 2호선 한양대역과 구분하기 위해서 한양대입구역이 아니라 한대앞역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OO앞'역 가운데 가장 오래된 1호선(경원선) 외대앞역은 원래 휘경역으로 개통했던 역이었지만, 얼마 안 있어서 지금의 역이름으로 바뀐채 유지되고 있다. 외대앞역은 원래 섬식 승강장이었지만, 승강장이 너무 협소해서 또 하나의 승강장이 만들어진 독특한 구조의 승강장을 가진 역으로도 유명하다.

  1호선 동묘앞역이 개통하면서 1호선도 6호선과 마찬가지로 'OO앞'역이 두 역이나 있는 노선이 되었다. 1호선과 4호선으로 통칭하고 있지만 코레일 소속의 한대앞역과 외대앞역은 대학교 명칭 뒤에 '앞'을 붙였고, 6호선 단독역이었던 나머지 두 역은 주변 지명에 '앞'을 붙인 것도 공통점이다.

  일본에서는 'OO입구'라는 역 대신에 'OO구(口)'라는 명칭이 붙은 역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OO앞' 역처럼 자주 보이는 그런 형태의 역은 아니라는 점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기는 아닌 것 같다. 부르는 명칭은 비슷하지만 어떤 글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승강장 구조와 승강장 번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