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도 방랑객 Jul 05. 2020

승강장 구조와 승강장 번호

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다섯 번째 이야기

  철도 교통은 도로 교통과 달리 출입문을 양쪽 모두 설치해서 운행하고 있다. 다른 교통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가 열차 자체가 큰 대형 교통수단이어서 출입문이 양쪽에 다 있다고 해도 객차 내 통행에 방해되지 않을뿐더러 좌석을 설치할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철도 교통은 양쪽에 모두 출입문을 설치할 수 있는 특징으로 인해 역 승강장도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많은 형태의 승강장 구조를 도식으로 표현해보았다.


철도 교통 승강장의 대표적인 형태.


  먼저 우리나라 지하철 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가 바로 상대식 승강장이다. 각기 다른 방향의 승강장이 양 측면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 가운데로 열차가 다니는 형태다. 다음은 그 반대로 승강장이 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열차가 측면으로 들어오는 형태의 섬식 승강장이 있다. 그리고 조금 큰 역에서 볼 수 있는 쌍섬식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에 접해있는 면은 모두 열차가 진입하는 형태로, 열차 빈도가 높은 역 또는 승강장에 머무는 시간이 긴 종착역이나 중간 기착역에서 볼 수 있는 형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승강장이 있는데, 지하철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 세 종류의 승강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의 상대식 승강장.


  우리나라 지하철은 이와 같이 승강장과 승강장 사이에 열차가 통행하는 형태의 상대식 승강장이 많다. 노선에 따라서는 섬식 승강장이 주가 되는 노선도 있긴 하지만(서울 3, 5호선 강북 구간, 대구 2호선) 상대식 승강장 형태의 승강장이 섬식 승강장 형태의 승강장에 비해 많다.


일본 지하철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섬식 승강장.


  한편, 일본 지하철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상대식 승강장보다 섬식 승강장이 더 많이 보인다. 물론 상대식 승강장도 볼 수 있는 역이 있긴 하지만 주로 볼 수 있는 승강장 구조는 섬식 승강장이다.


지상 구간에도 상대식 승강장을 많이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지하철.


  한편, 지하철이라 할지라도 지상 구간으로 올라오는 노선이 있는데, 이 지상 구간에서도 우리나라 지하철 노선은 주로 상대식 승강장 형태로 되어있다. 그래서 선로가 직선으로 쭉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상 구간에도 섬식 승강장을 많이 볼 수 있는 일본 지하철.


  하지만 일본 지하철은 지상 구간에서도 상대식 승강장보다 섬식 승강장 형태의 승강장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상하행 선로가 잘 붙어가다가도 역이 나올 때 서로 멀리 벌어져서 승강장을 가운데에 둘 정도로 섬식 승강장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반적인 환승역의 승강장 구조.


  우리나라 지하철은 환승역도 주로 상대식 승강장과 상대식 승강장 형태로 되어있다. 그리고 상대식 승강장과 섬식 승강장이 섞여있는 형태의 환승역도 꽤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의 환승 구조는 승객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고 승강장 시설도 최소화할 수 있어서 꽤 효율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구조의 일본의 환승역.


  그래서 일본 지하철도 섬식 승강장을 선호하지만 환승역에는 우리나라처럼 상대식 승강장과 섬식 승강장을 섞어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섬식 승강장이 겹쳐져 있는 센다이 지하철.


  그런데 센다이 지하철의 유일한 환승역인 센다이역은 환승역임에도 불구하고 두 역 모두 섬식 승강장 형태로 되어있다. 섬식 승강장은 상대식 승강장과 달리 승강장 폭을 조정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두 역의 환승 통로는 상대식 승강장이 있는 역에 비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센다이역도 두 역이 거의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승 통로가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섬식 승강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섬식 승강장이 겹쳐져 있는 환승역.


  우리나라도 찾아보면 섬식 승강장만으로 이루어진 환승역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부산 지하철 환승역에는 섬식 승강장 형태의 환승역이 제법 있는데, 앞서 센다이역과 달리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역들이다. 이렇게 거의 포개지는 승강장이면 환승통로가 최단거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대식 승강장에 비해 섬식 승강장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방향이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위치가 떨어져 있다면 섬식 승강장만으로 이루어진 환승 통로는 동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승강장 번호를 매기고 있는 일본 지하철.


  한편, 일본은 지하철이라고 할지라도 기차역을 연상하게 만드는 승강장 번호가 있다. 환승역이 아닌 단일역이라도 승강장 번호는 꼭 표기했으며, 환승역의 경우 역 번호처럼 독립적인 번호 구성이 아니라 번호가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역이 몇 개 있느냐에 따라서 5, 6번 승강장까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노선임에도 승강장 번호를 같이 사용하는 일본 지하철.


  하나의 역이라도 쌍섬식 승강장처럼 승강장이 많은 경우에는 하나의 승강장 안에서도 많은 숫자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승강장마다 별도의 번호를 표기함으로써 다른 열차에 오르는 것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숫자에 익숙한 우리나라도 승강장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고 복잡해진다면 한 번쯤 승강장 번호 도입과 관련해서 논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김포공항역 승강장.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복잡한 역 중 하나인 김포공항역은 무려 4개 노선이 지나는 큰 역이다. 승강장을 보면 지하 2층부터 4층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노선이 이곳에 정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지하철 역은 승강장 번호를 따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