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하철 연장이 길지가 않다. 그리고 지하철임에도 불구하고 지상으로 다니는 구간도 꽤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실제로 지하 구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도쿄나 오사카 일부 노선은 지상으로 운행하는 노선도 있지만 그 역시 전체적인 비율로 따져보면 그렇게 높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 지하철은 도시 경계를 넘어 다른 도시까지 운행해도 하나의 지하철 노선(서울 7호선의 경우 서울시뿐만 아니라 인접 도시인 의정부, 광명, 부천, 인천까지 노선이 연장되어 있지만 하나의 노선으로 불린다)으로 간주하는데 비해 일본은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
즉,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지하철과 사철이 하나의 노선처럼 직결 운행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하나의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운영 구간에 따라 다른 노선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 분위기는 조금 다를지라도 역 번호나 명칭은 통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선이 서울 1, 3, 4호선인데, 서울 교통공사 구간을 벗어나 코레일 구간에 진입하더라도 지하철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 중이다.
서로 다른 운영 구간이지만 역번호가 이어지는 서울 4호선.
같은 4호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운영 회사가 다른 남태령역(서울 교통공사)과 선바위역(코레일). 통행 방식이 달라서 꽈배기 굴이라는 특이한 접속방식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우측통행의 서울 교통공사와 좌측통행의 코레일이 서로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사용), 노선 색이나 노선 번호는 똑같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모두 좌측통행을 사용하는 일본 지하철과 사철은 서울 4호선과 같이 이상한 접속방식을 할 필요도 없지만 철저히 노선을 구분하고 있었다. 물론 지하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바뀐 것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바뀌기에, 이용하는데 큰 불편은 없다. 요금 또한 알아서 정산이 되기 때문에 회사마다 별도로 요금을 정산할 필요도 없다.
같은 노선으로 운영하지만 발권기가 다른 오사카 지하철과 기타오사카 급행철도.
하지만 사철과 지하철의 경계역에 가면 이상하게 느껴질 법한 승차권 발권기를 볼 수 있다. 바로 운행 구간에 따라 각자 회사의 발권기만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교통카드가 발달해서 여기서 발권하는 승객이 많지는 않지만,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나 타 지역 승객이라면 조금 당황스러울법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레일과 지하철의 경계역에 있다고 하더라도 마치 하나의 회사에서 운영하듯 통합 발권기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전산만 잘 갖춰놓는다면 우리나라처럼 해도 정산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분명 우리나라와 유사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철저하게 구분하는지 모르겠다.
노선도를 봐도 우리나라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을 보면 어디까지가 코레일 소속인지, 어디까지가 서울 교통공사 소속인지 구분을 해놓지 않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역 번호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일본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직결 운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운영 구간에 따라 확실하게 구분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하철 회사나 사철 회사나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같은 역이더라도 다른 역명판과 다른 역번호를 사용하는 교토 지하철과 긴테츠 철도.
더 나아가 직결 운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 번호가 완전히 달라지는 구간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각자 노선의 고유성을 좀 더 부각하려는 모습이 통일된 노선을 만드는 것보다 더 우선순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 번호가 다른만큼, 역명판 분위기도 달라 보였다. 좀 더 구분을 잘하기 위해서 인근 역의 역 이름 앞에 사철명이나 지하철명이 들어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회사의 열차가 같은 승강장에 진입했을 때의 모습.
우리나라도 코레일과 지하철이 공동 운행하는 서울(수도권) 1, 3, 4호선에서 두 회사의 차량이 동시에 같은 역에 정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일본 지하철 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전혀 다른 디자인 풍의 열차가 같은 역 승강장에 정차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열차 색이 완전히 다른 열차가 진입하면 마치 다른 노선의 열차들이 진입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다.
때론 사철 구간에 지하철이 운행하기도 해서 지하철과 사철의 직결 운행이 있는 노선은 열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노선 고유의 통일성은 사라지므로 이와 같은 운행이 무조건 좋다고는 하기 어렵다.
노선 이름은 다르게 사용하지만 역 번호의 연속성은 이어지는 노선들.
한편 노선 이름은 다르게 사용하더라도 연속된 역 번호를 사용하는 노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선도에도 명확하게 표기할 정도로 노선 구분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사철과의 환승역에는 다음과 같은 독특한 역 이름도 볼 수 있다. 게이한 사철의 산조역은 지하철 산조게이한역과 환승역처럼 가까이 붙어있다. 지하철의 경우도 게이한 사철처럼 산조역이라고만 표기해도 되지만, 산조 뒤에 게이한이 붙어있다. 이 역만 특이한 줄 알았지만, 한신 전철의 노다역 역시 지하철은 노다한신역으로, 한신 전철이 역명판에 반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사철과 지하철을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처럼 보였다. 이 두 역은 사철과 직결 운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역들 외에 다른 지하철 역에서는 사철 이름이 들어간 역이 없는 것을 봐서는 상당히 독특한 형태의 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