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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ul 11. 2020

꼭 연결되지 않아도 환승역?

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일곱 번째 이야기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환승역이다. 버스와 달리 한 승강장은 하나의 노선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다른 노선의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별도의 통로를 거쳐가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환승역은 별도의 추가 요금도 없고 또 버스처럼 탈 때마다 환승 횟수가 차감되지도 않는다. 즉, 몇 번의 환승을 거쳐도 지하철 한 번만 탑승한 것처럼 간주해준다.

  우리나라의 환승역은 가까이 붙어서 환승거리가 짧은 역도 있지만, 부득이하게 환승역임에도 마치 다른 역처럼 멀게 느껴지는 환승역도 있다. 그래도 환승역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개찰구를 빠져나가지 않고 전용통로를 통해 이동한다. 이것이 당연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일본 지하철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환승역도 마주할 수 있다.


환승거리가 긴 역이라도 환승통로로 연결되어있는 우리나라 지하철.


  우리나라의 환승역 구조. 아무리 승강장 사이의 거리가 길어지더라도, 일단 환승역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이 두 역은 반드시 연결을 해주는 통로가 있다. 당연하겠지만 출구번호도 연속된 번호로 이어져서 하나의 역처럼 보이도록 하고 있다.


역과 역 사이에 별도의 환승통로가 없는 도에이 지하철 구리마에역.


  한편,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다른 노선임에도 중복 구간이 많다. 그것은 한 블록 떨어진 상태로 평행선을 그리며 달리는 노선도 있고, 너무 촘촘해서 역간격 조정이 안 되는 바람에 접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승이 안 되는 노선도 있다.

  그래서 독특한 형태의 환승구조를 가진 역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일본 지하철도 환승역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기본적으로 개찰구를 통하지 않고 별도의 환승통로를 이용해서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지도 상에 철도 노선만 보일 정도로 지나치게 촘촘한 도쿄에는 구리마에역과 같이 특이하게 생긴 환승역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지도만 보면 구리마에역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환승역이다. 그러나 다른 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찰구를 거쳐 출구로 나와야 한다. 별도의 환승통로가 없다 보니, 출구에는 다음과 같이 별도의 안내판이 등장한다. 전용통로가 아니라서 환승 승객이 길을 못 찾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환승통로로 사용하는 도로에는 잊을만하면 안내판이 등장한다.


독특한 개찰구가 있는 일본 지하철.


  별도의 환승통로가 없는 구라마에역은 환승 안내도 다른 역과 다른 형태로 되어있다. 유독 눈에 띄는 오렌지 색으로 된 배경에는 흰 글씨로 '환승은 오렌지 색 개찰구로'라는 글이 적혀있다. 그러니까 개찰구 가운데 오렌지 색으로 된 개찰구가 있다는 뜻인데, 그것은 오른쪽 사진과 같은 형태의 개찰구를 의미한다. 이 개찰구를 통과해야 환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어떤 개찰구로 통과하냐에 따라 환승 혜택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일본 지하철.


  이렇게 오렌지 색으로 된 개찰구는 일본 지하철에서 꽤 눈에 잘 띈다. 이는 별도의 환승통로를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비슷한 위치에 있지만 환승하기에는 애매했던 역도 이 방식으로는 환승을 할 수 있기에 승객의 선택권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승객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고, 별도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고 개찰구 또한 개량해야 해서 또 다른 추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단점도 있다.


개찰구 색이 다른 일본 지하철 역.


  그럼에도 일본에는 다음과 같은 형태의 환승역이 많다. 아무래도 노선 중복이 많은 일본에서 보다 효율적인 환승 형태를 찾다 보니 고안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이런 환승 형태로 인해 역 이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환승이 가능한 역도 찾을 수 있다.


다른 승강장과 떨어져있는 경의선 서울역 승강장.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한 후 다른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면 환승 적용이 되지 않는다. 단, 경의선 서울역은 예외로 일본의 오렌지 색 개찰구와 같은 독특한 환승이 가능하다. 지금은 전용통로가 만들어졌지만 한 때 1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인 노량진역도 환승이 적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경의선 승강장에는 1시간에 1대 꼴로 열차 빈도가 상당히 낮으며, 이 열차가 아니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노선(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환승통로를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역 이름은 같이 사용 중이나 환승역으로 표기하지 않는 경의선 서울역.


  그러나 구라마에역과 달리 노선도 상에서 경의선 서울역은 환승역으로 표기하지 않는다. 한때 공항철도 서울역도 이와 같은 표기를 했지만, 공항철도와 1, 4호선 간 환승통로의 개통으로 이제는 완전한 환승역으로 표기하였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환승역이라 함은 승강장 간 이동 시 개찰구를 통과할 필요가 없는 독립적인 통로를 갖춘 역을 일컫는 것 같다.


거의 같은 곳에 있지만 역이름이 우메다 지구.


  도쿄만큼이나 지하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오사카 역시 구라마에역과 같은 형태의 환승역을 찾을 수 있다. 이번에는 역 이름도 다 다를 정도로 환승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역이다. 그 역은 오사카 중심에 자리한 우메다역으로, 3개 노선의 역이 모두 역 이름이 다르다. (히가시우메다/우메다/니시우메다)


역이름은 다르지만 환승이 가능한 우메다/니시우메다/히가시우메다역.


  보이는 것처럼 세 노선이 각각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우메다 역들. 그러나 세 역 모두 30분 내에 개찰구를 통과한다면 환승이 가능한 역으로 나와있다. 실제로 이 세 역은 우리나라로 따져보면 환승거리가 긴 역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그러나 이 세 역은 연결된 전용통로도 없으며, 개찰구의 통과 없이 다른 노선 승강장으로의 진입 또한 불가능하다.

  이렇게 역 이름도 다르고 환승역이라는 이름도 붙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승역처럼 이용되고 있는 역은 우메다역 외에도 또 찾아볼 수 있다.


역이름이 다르지만 환승역으로 간주하는 요츠바시역/신사이바시역.


  이번에는 조금 독특한 방식의 환승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츠바시역과 신사이바시역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노선도를 보면 요츠바시역이 속해있는 파란색 노선의 요츠바시선과 신사이바시역이 속해있는 빨간색 노선의 미도스지선은 마치 하나의 노선인 것처럼 중복되는 역이 제법 많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요츠바시역과 신사이바시역 다음 역들인 혼마치역과 난바역은 모두 환승역을 통해서다. 하지만 유독 그 가운데 낀 역인 요츠바시역과 신사이바시역은 역 이름을 다르게 했는데, 또 열차 내 안내를 보면 환승이 가능하다고 나와있다. 물론 환승노선 아래에 역 이름도 함께 표기된 것도 볼 수 있다.

  아무튼 요츠바시선과 미도스지선이 도로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그 두 노선과 접하는 동서축의 노선과는 마치 하나의 역에서 만나는 것처럼 환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요츠바시역과 신사이바시역도 하나의 역 이름으로 환승을 해도 무방해 보인다. 하지만 노선 이름이기도 한 요츠바시역 만큼은 다른 노선에서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역 이름으로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역 이름은 다르지만 환승이 가능한 아주 특이한 형태의 환승역이 나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거의 같은 곳에 있지만 역이름이 다른 산노미야/산노미야*하나도케마에역.


  고베 지하철에서도 우메다 역들과 마찬가지로 환승역처럼 사용은 하고 있지만 다른 역처럼 보이는 역을 찾을 수 있다. 거기에 해당하는 역이 바로 산노미야역으로, 우메다역과 마찬가지로 고베 중심가에 자리한 역이다. 고베 지하철은 2개 노선이 있는데, 이 두 노선은 직접 환승이 가능한 신나가타역과 다른 통로를 활용해서 환승을 할 수 있는 산노미야/산노미야*하나도케마에역이다.

  신나가타역의 경우 일반적인 지하철역과 동일한 환승역 구조로 되어있지만 산노미야역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환승역과 거리가 멀다. 노선도 상에서도 산노미야역과 산노미야*하나도케마에역은 환승역이 아니라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고 표기되어있다. 실제로 구글 지도 상에도 산노미야역과 산노미야*하나도케마에역은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선 오사카 지하철 요츠바시역과 신사이바시역처럼 환승이 되는 것처럼 간주하고 있었다.


거의 같은 곳에 있지만 역이름이 다른 텐진/텐진미나미역.


  후쿠오카 지하철에도 산노미야역과 같은 형태의 역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도 역 이름이 서로 다르지만 환승이 가능한 것처럼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역은 텐진역과 텐진미나미역. 노선도를 보면 지하상가 통로를 통해 환승을 할 수 있다는 표기가 있다. 즉, 완전한 환승역은 아니더라도 텐진역과 텐진미나미역의 개찰구를 동시에 통과하면 환승으로 간주해주겠다는 뜻이다.

  이 두 역도 구글 지도 상으로 보면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텐진미나미역이 아니라 텐진역으로 노선을 옮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조금 특이한 곳에 역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텐진미나미역이 속한 나나쿠마선은 후쿠오카 지하철 다른 노선과 환승을 할 수 있는 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노선이 두 개 이상이 되면 반드시 환승역이 있는 우리나라 지하철과는 또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역이름이 같지만 한 블록 이상 떨어진 삿포로/오도리역.


  삿포로 지하철은 고베나 후쿠오카와 달리 역 이름은 동일하다. 하지만 같은 역 이름이라도 한 블록 이상 떨어져 있어서 지도에서 보면 환승역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난보쿠선과 도호선의 경우 실질적으로 접하는 역은 없으나 나란히 이어지는 삿포로역과 오도리역을 모두 환승역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삿포로에서 유일하게 3개 노선을 다 볼 수 있는 오도리역은 오사카 지하철의 혼바시역과 난바역을 보는 것처럼 평행하는 두 개의 남북축 노선(난보쿠선, 도호선)과 하나의 동서축 노선(도자이선)이 만나는 역이다. 삿포로역의 경우 평행하는 두 노선을 묶어주는 동서축 노선이 없어서 실질적인 환승역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삿포로역 환승 관련 안내(삿포로 지하철 홈페이지).


  실제로 삿포로역은 개찰구를 빠져나와서 다른 노선의 개찰구를 통해 재입장하는 형태로 환승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메다역과 마찬가지로 30분 내에 양쪽 개찰구를 통과하면 환승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 혼돈하는 승객이 많았는지 삿포로 지하철 홈페이지에는 환승에 관해서 아주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에서 말하는 환승역은 꼭 전용통로를 통해 승강장 간 이동이 가능한 역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역도 있지만 환승역으로 간주하는 역이라고 할지라도 역 이름이 다른 역도 있으며, 개찰구를 빠져나와서 다른 개찰구로 진입하더라도 환승역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환승 전용 개찰구도 있을 정도로 개찰구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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