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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ul 14. 2020

서울역'역' vs 도쿄'역'

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여덟 번째 이야기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너무도 당연한 듯 무심결에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서울역'처럼 다른 역에는 붙지 않는 '역'이 붙는 역이다. 역명판을 보면 '역'까지 붙이는 역은 사실상 보기 어렵다. 굳이 '역'을 붙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곳이 역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명 뒤에 '역'이 붙는 우리나라 지하철.


  그런데 우리나라 지하철 역을 잘 살펴보면 역 이름 뒤에 '역'까지 표기된 역을 찾을 수 있다. 이 역은 그 도시를 대표하는 역 이름 뒤에 붙어있으며, 그것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동일한 형태로 되어있다. 지하철이 있는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광주를 제외하면 지명 뒤에 '역'이 붙지 않는 역은 없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다.

  영어 표기는 물론 중국어나 일본어 표기까지 이곳이 역임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역'이 표기된 것은 마치 이중 표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 다른 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역'이 아닌 것일까? 그러나 이 모습이 너무도 익숙한 나머지 여기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거나 '이 역은 좀 특이하네?'라고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은 여태껏 보지 못했다.


'서울'행이 아닌 '서울역'행임을 알 수 있는 안내.


  심지어 지하철이 아닌 공항철도 역시 '서울'행 열차가 아니라 '서울역'행 열차로 표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도시 지명이 붙은 지하철 역은 통상적으로 '역'을 사용해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의 영향으로 '역'이 들어가지 않은 인천/동인천역.


  단, 지하철 역은 아니지만 인천역의 경우 서울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이 역만큼은 인천역'역'이 아닌 그냥 인천'역'이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동인천역도 마찬가지. 수도권 전철을 보면 서울역이 아니면 지명 뒤에 따로 '역'을 붙이는 역이 없는데(ex 수원, 의정부, 안산, 춘천 등), 인천역도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처럼 '인천'역을 사용하는 인천 시민들에게조차 서울은 '서울'역이 아니라 '서울역'역이라고 말할 정도니 하나의 고유명사로 굳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서울'역이라 하면 서울에 있는 수많은 역 가운데 하나의 역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모든 역으로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서울역'이라고 정의를 내린 것이 아닐까 싶다.


사철이나 JR처럼 '역'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일본 지하철(열차 내 안내판)


  그러면 일본 지하철도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역'을 표기할까? 수많은 역을 뒤져보아도 지명 뒤에 '역(駅)'이 붙은 역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물며 우리나라의 서울역 급인 도쿄역도 지하철역은 그냥 '도쿄'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도쿄역뿐만 아니라 지하철이 있는 도시의 지명이 들어가는 역은 한결같이 '역'이라는 표기가 없다.


사철이나 JR처럼 '역'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일본 지하철(역명판)


  역명판에도 역시 '역'이라는 글자는 찾아볼 수 없다. '서울역'역과 같이 지명 뒤에 '역'을 붙여 다른 역과 구분하는 것은 적어도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사철이나 JR처럼 '역'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일본 지하철(노선도)


  열차 내 안내는 물론 역명판에도 '역'이 표기가 되어있지 않다 보니 노선도 역시 '역'이 표기된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지명 이름 그대로 역이 되더라도 그 지역의 역이 아닌 수많은 역 가운데 하나의 역으로 인지하는 듯싶었다.


도시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도시의 주요 역.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물지만 일본에는 도시 이름이 들어간 역이 없거나, 만약 있다고 해도 그보다 더 큰 대표 역이 있는 도시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역이 바로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이다. 이상하게 후쿠오카에는 후쿠오카역이라고 된 역이 없다. 대신 JR을 기준으로 중심역은 하카타역이고, 사철(니시테츠)을 기준으로 중심역은 텐진역이다. 물론 JR에는 미나미후쿠오카역이라는 역이 있긴 하지만 그 역은 통근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나 잘 알려진 역이지 하카타역처럼 신칸센이 정차할 정도로 규모가 큰 역은 아니다.

  오사카의 우메다역은 조금 특이한 경우인데, JR의 경우 오사카역을 중심역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사철과 지하철은 오사카를 대신해서 우메다역을 사용하고 있다. 노선 규모를 보면 우메다역이 훨씬 큰 편이지만 오사카역도 JR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거점역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의 규모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공통점은 우메다역이나 오사카역이나 역명판이나 노선도에 '우메다역', '오사카역'이라는 표기는 따로 없다.

  고베에는 고베역이 있지만 JR 소속의 중견역 정도 되는 역이다. 실질적으로 고베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역은 JR이나 사철이나 지하철 가리지 않고 산노미야역이다. 그러나 이 역들의 공통점 역시 지명 뒤에 '역'이 따로 붙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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