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아홉 번째 이야기
2011년 경전철 운행 개시로 소위 중전철이라 말하는 지하철만 다니던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발생했다. 원래는 '최초'라는 이름을 용인 경전철에서 가져갈 수 있었지만, 용인 경전철의 개통이 늦어지면서 부산 지하철 4호선이 그 이름을 대신 가져가게 되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지하철이라 알고 있는 6~10량 편성의 열차 규모가 큰 중전철로 운행하건, 2~4량 편성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경전철로 운행하건 관계없이 지하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인천 2호선을 제외하면 코레일에서 사용하는 명칭처럼 고유의 노선 이름을 사용하지만 인천 2호선에서 알 수 있듯, 경전철이라고 해서 노선도 상에서 따로 구분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물론, 당연한 것처럼 들리겠지만 추가 요금 없이 환승도 가능하다. (단, 용인 경전철, 의정부 경전철, 부산김해 경전철은 환승 시 추가 요금이 있다)
수도권에 비하면 소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부산에도 6개의 노선이 운행 중이다. 이 가운데 경전철은 2개 노선이 있지만 노선도만 봐서는 어떤 색의 노선이 경전철이고 어떤 색의 노선이 지하철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국내 최초로 모노레일 형태로 운행 중인 대구 3호선 역시 노선도 상에서는 중전철인 1, 2호선과 구분하지 않고 표기하고 있다. 물론 1, 2호선과 3호선은 환승 시 전용 통로도 갖추고 있으며 추가 요금 또한 없다.
수도권 권역에서 유일하게 경전철임에도 숫자로 된 노선을 부여받은 인천 2호선. 이 노선 역시 노선도 상에서 경전철이라는 표기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추가 요금이 있는 용인 경전철이나 의정부 경전철도 전체 노선도에는 지하철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규격의 노선으로 표기하고 있다.
노선도 상에서 큰 구분이 없었던 우리나라 경전철. 그러나 일본으로 넘어가면 우리나라에서 보던 경전철인지 중전철인지 구분할 수 없는 통일된 노선도를 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일본에서 경전철은 뉴트램 또는 신교통이라 불리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표기한 안내판도 볼 수 있다.
뉴트램이라는 이름은 오사카 지하철 노선에서 찾을 수 있다. 보기에는 우리나라 경전철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오사카 지하철 노선도 상에서도 뉴트램이라고 따로 선의 굵기를 다르게 해 놓았거나 별도의 요금체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다. 하지만 뉴트램이라는 독자적인 이름을 부여하는 대신 지하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도쿄에도 오사카의 뉴트램과 비슷한 형태의 경전철이 존재한다. 이름은 유리카모메로, 오사카와 달리 독자적인 운영 행태를 띠고 있다. 유리카모메는 도쿄 내 지하철과 환승 할인이 적용되지 않으며, 도쿄 지하철 1일 권으로도 이용이 불가능한 말 그대로 독자적인 노선이다. 물론 도쿄 지하철 노선도에서 유리카모메를 찾을 수는 있지만 JR과 마찬가지로 노선도를 달리해서 구분하고 있다.
유리카모메 요금표를 보면 다른 노선도를 전혀 표기하지 않고 유리카모메 소속 역들만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도쿄 지하철 1일 권처럼 유리카모메 노선 전용 1일 권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도쿄 유리카모메와 마찬가지로 고베에도 경전철 노선은 지하철 노선과 구분하고 있다. 고베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고베 지하철 2개 노선은 굵은 선에 역 이름도 크게 표기되어 있다. 반면 JR이나 사철은 아주 작게 표기되어 있는데, 포트라이너 노선 역시 지하철과 같은 표기가 아니라 JR이나 사철과 동일한 표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지하철과 포트라이너를 연결하는 전용 환승통로는 없다.
우리나라 경전철도 그렇지만 일본의 경전철 역시 무인으로 운행 중이다. 덕분에 전면부에 탁 트인 풍경은 덤이다. 일본은 지하철이나 사철, JR을 가리지 않고 웬만하면 전면부를 통유리로 개방해놓아서 전면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그리고 일반 지하철과 달리 좌석이 장거리 열차처럼 2x1 또는 2x2배열로 되어있는 것도 특징이다.
안 그래도 폭이 좁은 열차인데 의자가 차지하는 폭도 제법 되기 때문에 객차 내부가 상당히 좁게 느껴진다. 물론 열차에 입석 승객이 많이 탑승하기 힘든 점도 있다. 그러나 경전철의 특성상 배차 간격이 상당히 조밀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탑승하는 승객이 없어서 극심한 혼잡은 없다. 이처럼 열차가 자주 운행하므로 승객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좌석을 더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지하철 노선과 뒤섞여서 운행하는 경전철은 지역마다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먼저 오사카의 경우 다른 두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지하 구간이 있다. 비록 1개 역에 불과하지만 지상 구간이 대부분인 일본의 경전철을 생각해볼 때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도쿄의 유리카모메는 마치 고속도로 입체 교차로를 통과하는 것처럼 P턴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도로와 하나가 되어 다리를 건너는 레인보우 브릿지를 건널 때 이 P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열차 내 노선도에도, 또 지도 상에도 유독 눈에 잘 띄게 표시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루프형 철도의 운행을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에서 볼 수 있다니, 이 또한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장면이다.
고베 포트라이너에서도 유리카모메처럼 P턴 구간이 존재한다. 지도 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황색 노선의 경우 P턴 구간은 일방통행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복선 구간만 있을 것 같은 경전철에서도 단선 구간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신선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