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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ul 21. 2020

스크린도어와 열차 선후두부

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열 번째 이야기

  우리나라 지하철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졌을 정도로 거의 모든 역에 걸쳐서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다. 새로 생기는 역은 물론, 기존에 있는 역도 스크린도어의 설치로 인해 열차가 진입할 때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해줄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뉴스에서 열차에 투신하는 사건이 방송되곤 했으나, 지금은 그런 뉴스를 듣기 어려워진 것도 스크린도어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승강장과 선로를 완전히 차단해놓은 우리나라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우리나라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는 지역이나 노선에 관계없이 지하 구간에는 승강장과 선로를 완전히 분리시켜놓은 스크린도어를 사용하고 있다.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열차가 진입하거나 진출할 때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하면서 선로 상에 있는 미세 먼지를 승강장에 유입시키지 않아서 승강장 내 공기질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스크린도어 공간을 활용해서 노선 정보나 역 정보를 담아내는 것은 덤이다.


지상역의 경우 완전히 밀폐된 스크린도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한편, 지상역의 경우 지하역처럼 완전히 밀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약간 개방된 스크린도어를 사용 중이다. 물론 이 스크린도어도 열차보다는 높게 설치해놓아서 승강장에서 열차를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처럼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지하철 승강장은 거의 웬만한 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이 더 많은 일본 지하철.


  우리나라에는 이제 흔한 풍경이 된 스크린도어지만, 일본에는 여전히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워낙 많은 역을 갖추고 있어서 한꺼번에 모든 역에 설치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승강장 폭이 좁은 역도 많아서 현실적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없는 역도 꽤 많은 점도 스크린도어를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거의 동일한 규격으로 통일되고 있지만, 열차마다 출입문 위치가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도 스크린도어 설치를 할 수 없었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스크린도어가 없어서 열차의 온전한 모습을 다 담아낼 수 있다.


  스크린도어가 없기 때문에 열차가 진입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일본 지하철 역. 다양한 디자인이 있는 일본 지하철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볼 수 있음은 스크린도어가 없기 때문에 마주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처럼 열차 사진을 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기관사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지하 공간에서 승강장에 진입할 때 갑자기 사람이라도 튀어나올까 봐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특히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대에는 그 스트레스가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반 정도만 가려놓은 일본 지하철 스크린도어.


  일본에도 안전 상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린도어 형태가 아닌 울타리를 쳐놓은 것처럼 반만 덮은 스크린도어를 볼 수 있다. 만약 일본 지하철에 우리나라처럼 전체를 덮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그래서 설치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스크린도어는 빈 공간이 워낙 없기 때문에 노선 정보나 역 정보까지는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밀폐형 스크린도어가 있는 일부 노선.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스크린도어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스크린도어보다는 아직 열차가 잘 보이는 형태의 스크린도어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크린도어에 노선 정보와 역정보를 담은 것도 볼 수 있다.


대구 3호선 승강장.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린도어는 우리나라 최초 모노레일인 대구 3호선 모든 역 승강장에서 볼 수 있다. 확실히 스크린도어가 낮으니 열차가 진입하는 장면도 손쉽게 담아낼 수 있다. 특히 다른 노선에서 볼 수 없는 모노레일 궤도를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승강장에 있으면 외국에 나온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전후면부 모습을 볼 수 없게 막아놓은 우리나라 지하철.


  우리나라 지하철은 물론 기차도 이상하게 승객이 타는 공간과 승무원이 타는 공간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유일한 통로인 기관실 문은 출입문과 마찬가지로 유리가 설치되어 있지만, 저곳을 통해서 기관실을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로 되어있지 않다. 아주 진한 선텐을 한 차량처럼 기관실에서는 승객이 있는 곳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승객이 기관실을 볼 수 없게 되어있는 형태다.

  하지만 일본은 신칸센과 일부 특급열차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열차에서 기관실을 볼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심지어 별도의 차단시설이 없는 무인 전철의 모습처럼 승객이 있는 공간과 기관실의 벽이 없는 열차도 있다. 왜 우리나라 열차만 유독 기관실을 가려놓은 것일까? 이렇게 기관실을 막아놓는 바람에 전면부나 후면부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참 아쉬운 장면이다.


전후면부를 개방해서 차창풍경을 즐길 수 있는 일본 지하철.


  일본은 이처럼 전면부와 후면부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담아낼 수 있다. 기관실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기관사가 열차를 운행하면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또 뒤쪽에 탄 승무원이 열차가 이동하는 동안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까지 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였다면 기관사만 볼 수 있는 전면부 풍경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열차를 이용하는 내내 지루함이 없다. 특히 전면부를 보지 않으면 활주로처럼 평평하고 끝없는 직선 주로만 달리는 것 같지만, 지하 공간에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며 좌우측으로 꺾이는 장면을 경험하면 약간 과정을 보태서 황홀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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