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일본 지하철 모습 열 번째 이야기
우리나라 지하철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졌을 정도로 거의 모든 역에 걸쳐서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다. 새로 생기는 역은 물론, 기존에 있는 역도 스크린도어의 설치로 인해 열차가 진입할 때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해줄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뉴스에서 열차에 투신하는 사건이 방송되곤 했으나, 지금은 그런 뉴스를 듣기 어려워진 것도 스크린도어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는 지역이나 노선에 관계없이 지하 구간에는 승강장과 선로를 완전히 분리시켜놓은 스크린도어를 사용하고 있다.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열차가 진입하거나 진출할 때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하면서 선로 상에 있는 미세 먼지를 승강장에 유입시키지 않아서 승강장 내 공기질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스크린도어 공간을 활용해서 노선 정보나 역 정보를 담아내는 것은 덤이다.
한편, 지상역의 경우 지하역처럼 완전히 밀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약간 개방된 스크린도어를 사용 중이다. 물론 이 스크린도어도 열차보다는 높게 설치해놓아서 승강장에서 열차를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처럼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지하철 승강장은 거의 웬만한 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흔한 풍경이 된 스크린도어지만, 일본에는 여전히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워낙 많은 역을 갖추고 있어서 한꺼번에 모든 역에 설치하기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승강장 폭이 좁은 역도 많아서 현실적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없는 역도 꽤 많은 점도 스크린도어를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은 거의 동일한 규격으로 통일되고 있지만, 열차마다 출입문 위치가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도 스크린도어 설치를 할 수 없었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스크린도어가 없기 때문에 열차가 진입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일본 지하철 역. 다양한 디자인이 있는 일본 지하철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볼 수 있음은 스크린도어가 없기 때문에 마주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처럼 열차 사진을 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기관사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지하 공간에서 승강장에 진입할 때 갑자기 사람이라도 튀어나올까 봐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특히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대에는 그 스트레스가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도 안전 상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린도어 형태가 아닌 울타리를 쳐놓은 것처럼 반만 덮은 스크린도어를 볼 수 있다. 만약 일본 지하철에 우리나라처럼 전체를 덮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그래서 설치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스크린도어는 빈 공간이 워낙 없기 때문에 노선 정보나 역 정보까지는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스크린도어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스크린도어보다는 아직 열차가 잘 보이는 형태의 스크린도어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여기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크린도어에 노선 정보와 역정보를 담은 것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린도어는 우리나라 최초 모노레일인 대구 3호선 모든 역 승강장에서 볼 수 있다. 확실히 스크린도어가 낮으니 열차가 진입하는 장면도 손쉽게 담아낼 수 있다. 특히 다른 노선에서 볼 수 없는 모노레일 궤도를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승강장에 있으면 외국에 나온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물론 기차도 이상하게 승객이 타는 공간과 승무원이 타는 공간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유일한 통로인 기관실 문은 출입문과 마찬가지로 유리가 설치되어 있지만, 저곳을 통해서 기관실을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로 되어있지 않다. 아주 진한 선텐을 한 차량처럼 기관실에서는 승객이 있는 곳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승객이 기관실을 볼 수 없게 되어있는 형태다.
하지만 일본은 신칸센과 일부 특급열차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열차에서 기관실을 볼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심지어 별도의 차단시설이 없는 무인 전철의 모습처럼 승객이 있는 공간과 기관실의 벽이 없는 열차도 있다. 왜 우리나라 열차만 유독 기관실을 가려놓은 것일까? 이렇게 기관실을 막아놓는 바람에 전면부나 후면부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참 아쉬운 장면이다.
일본은 이처럼 전면부와 후면부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담아낼 수 있다. 기관실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기관사가 열차를 운행하면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또 뒤쪽에 탄 승무원이 열차가 이동하는 동안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까지 다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였다면 기관사만 볼 수 있는 전면부 풍경까지 덤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열차를 이용하는 내내 지루함이 없다. 특히 전면부를 보지 않으면 활주로처럼 평평하고 끝없는 직선 주로만 달리는 것 같지만, 지하 공간에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며 좌우측으로 꺾이는 장면을 경험하면 약간 과정을 보태서 황홀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