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하철 도시별 정밀 탐방 세 번째 이야기
오사카와 인접한 지역에 있는 교토는 우리나라처럼 철도 교통보다 버스 교통이 더 잘되어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철도 교통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오사카는 지하철만 해도 9개 노선에 이르지만, 교토는 지하철이 2개 노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두 노선은 사철과 직결운행을 통해 노선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렇게 사철과 경유하는 노선으로 인해 교토 지하철은 2개 노선임에도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교토 지하철 구간만 보면 역이 몇 개 없지만, 직결 운행하는 노선까지 포함하면 노선이 제법 많은 것처럼 보인다. 철도 교통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여기에 나오지 않은 사철과 JR까지 포함하면 교토에도 제법 철도 교통이 잘 되어있다. 그래서 노선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환승이 가능한 역들이 제법 많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가라스마선의 국제회관(코쿠사이카이간)역을 제외하면 시종착역이 모두 환승역이다. 마치 지하철이 다른 노선들의 연결고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2개 노선만 있는 교토 지하철. 열차 내에 자리한 안내판들은 통일된 규격을 보여주고 있다. 역 개수도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없다. 나아가 오사카처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역 이름이 길어서 노선도만 봐도 눈에 띄는 역과 노선도 찾아볼 수 없다. 역 이름이 길지 않아서 그런지 노선도에도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마치 같은 지하철을 탄 듯 동일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었던 열차 내부 안내판들. 오사카에 못지않게 상당히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역명판을 살펴보면 같은 지하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극적인 변화가 있다. 가라스마선의 경우 히라가나가 주된 표기로, 한자표기는 아래쪽에 아주 작게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노선 색인 녹색과 거의 보색 관계에 있는 주황색과 검은색으로 역명판이 이루어져 있다.
반면 도자이선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가 기본이며, 가라스마선과 달리 한자가 주된 표기다. 히라가나 표기는 아래쪽에 위치하는데, 저곳은 흰색 글씨로 되어있다. 같은 도자이선이어도 역마다 저곳의 색이 다른데, 그 색에 맞춰서 스크린도어 문 색깔도 같은 색으로 적용된다. 하나의 디자인과 색으로 통일된 가라스마선과 달리 도자이선은 디자인은 일정하지만, 역마다 고유 색이 있다는 점에서 가라스마선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가라스마선과 도자이선은 같은 교토 지하철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할 만큼 다른 승강장도 만날 수 있다. 우선 가라스마선은 승강장의 반만 덮은 스크린도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열차의 온전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지만, 도자이선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천장까지 덮은 스크린도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온전한 모습의 열차를 담아낼 수가 없다.
또 두 노선은 상호 간에 열차 운행이 불가능한데, 직결 운행하는 사철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아래에 나오겠지만 도자이선과 직결 운행하는 게이한 사철의 게이신선이 노면전차 구간이 있어서 일반 지하철에 비해 폭이 좁다. 그에 비해 긴테츠 사철의 교토선과 직결 운행하는 가라스마선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지하철 모습과 동일하다.
도자이선은 스크린도어에 승강장 번호가 표기되어 있는데, 이 모습 또한 가라스마선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스크린도어를 활용해서 노선도 및 역명판을 표기한 것은 우리나라 지하철을 보는 것 같다.
사철과 직결운행으로 서로 다른 디자인의 지하철이 같은 승강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교토 지하철. 가라스마선의 경우 하필 열차 색이 빨간색과 녹색이라 멀리서 봐도 다른 열차라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두 노선의 경계가 되는 다케다역은 대기 중인 열차가 많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두 회사의 열차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역이다. 특히 다케다역은 교토 지하철 소속의 역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에 있는 역인데다가 스크린도어까지 없어서 열차 사진을 다른 역에 비해 쉽게 담을 수 있다.
긴테츠 사철만 지하철 구간을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도 긴테츠 사철 구간 일부를 운행하기 때문에 지하철 구간을 벗어난 가라스마선 열차도 지상 구간을 누비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반면 도자이선의 경우 가라스마선과 달리 게이한 사철 구간으로 경유하지 않기 때문에 지상에서도 도자이선 열차를 담기란 어렵다. 도자이선의 경우 6량 편성인데 비해 게이한 사철의 게이신선은 4량 편성이기 때문에 게이신선 열차는 도자이선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지만 도자이선 열차는 그렇지 못하다.
도자이선을 오가는 게이신선은 운행 구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도자이선 경유 구간은 평범한 지하철의 모습으로 운행하지만,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이전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지하철에서 분리되어 지상 구간에 나왔을 때는 다케다역의 긴테츠 사철처럼 지상을 오가는 여느 사철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점점 반대편 종착역인 비와코하마마츠역에 가까워질수록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면전차와 같은 모습이다.
이처럼 노면전차로 운행하는 구간이 등장하기 때문에 게이신선을 운행하는 열차는 물론, 직결 운행하는 구간인 도자이선의 열차 폭도 노면전차처럼 궤도와 거의 일치하는 좁은 폭을 가지게 되었다. 노면전차 구간에서는 일본 여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노면전차와 같이 도로의 차량에 영향을 받으며, 심지어 신호등도 적용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시 운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일반적으로 환승역은 운영 회사의 주체와 관계없이 같은 역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존재하는 법인데,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역이 도자이선의 우즈마사텐진가와역과 산조게이한역이다. 도자이선의 종착역이기도 한 우즈마사텐진가와역은 출구로 올라오면 란덴에서 운영하는 역과 바로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란덴에서 사용하는 역 이름은 란덴텐진가와로, 우즈마사라는 이름은 따로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두 역 모두 텐진가와라는 명칭은 함께 사용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두 노선 모두 고유의 역 이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산조게이한역의 경우 게이한선의 산조역과 환승역처럼 가까이 붙어있는 역이다. 이 역도 산조역으로 해도 무방할 것 같지만, 게이한이라는 회사 이름이 굳이 붙은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역이다. 이와 비슷한 역으로 오사카 지하철의 노다한신역이 있다. 이 두 역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연관 검색어로 나올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역으로 보였다. 사철의 개념이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에서는 비교할만한 역이 없지만, 굳이 찾아본다면 서울 4호선 총신대입구역과 7호선 이수역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위의 두 역이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JR과 만나는 역이나 다른 사철과 만나는 역은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단, 어떤 회사의 열차가 정차하는 승강장이냐에 따라 역명판의 디자인이 달라지거나 인접역이 달라지는 모습은 볼 수 있다.
도자이선과 게이신선의 미사사기역에서 분기해서 나오는 첫 번째 역인 야마시나역의 경우 JR역과 지하철역은 다른 표기 없이 야마시나역으로 표기하지만, 게이신선만 게이한야마시나역으로 표기한다는 차이는 있다. 그러나 이처럼 회사명이 역 이름 앞에 붙는 경우는 일본에서 아주 흔한 경우여서 앞서 봤던 우즈마사텐진가와역과 산조게이한역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