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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Sep 29. 2020

중소 도시의 지하철 역할을 하는 노선

일본 노면전차 탐방 첫 번째 이야기

  최근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을 두고 지하철이냐 트램이냐 왈가왈부가 많다. 사실 1960년 대까지만 해도 서울 한복판의 종로 거리는 지금의 지하철이 아닌 지상으로 다니는 노면전차, 즉 트램이 다니고 있었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노면전차의 장점은 건설비용이 싸고, 다른 대중교통 간 환승도 편리하다.

  하지만 철도의 최대 장점인 타 교통수단과 독립적인 운행을 통한 정시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도시에서는 채택되지 못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운행속도도 느린 편이고 승객도 많이 태우기 어려운 형태여서 사실 대전과 같이 상습정체가 있는 대도시에 과연 노면전차(트램) 설치가 옳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대전 트램 관련 홍보문구(대전시 홈페이지)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도 노면전차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주로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이 노선을 만날 수 있다. 워낙 철도가 발달한 일본이어서 특이하게 도쿄 한복판을 달리는 노면전차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폐선되고 유일하게 남은 노선이다. 만약 서울에도 도쿄만큼 노면전차가 활발하게 다녔다면 지금쯤 하나의 노선은 남지 않았을까 싶다.

  도로와 같은 공간을 차지하는 노면전차는 상습정체가 심한 대도시권에서는 지하철이라는 강력한 수단에 밀려서 점점 보기 어려워졌지만, 도로 정체와 크게 무방한 중소도시 권에는 여전히 시민의 발로 오늘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이번에는 노면전차 첫 번째 글로 노면전차가 어떤 형태로 운행하는지, 노선은 또 얼마나 있는지를 일본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인 노면전차의 노선도를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구마모토 노면전차 노선도(열차 내 노선도).


  일본의 노면전차는 주로 2개 노선인 경우가 많은데, 긴 구간에 걸쳐서 하나의 노선처럼 노선을 공유하다가 어느 지점부터는 실질적으로 두 노선으로 갈라지는 형태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도심구간은 열차 빈도가 높아져서 승객을 더 많이 수용할 수 있게 되고, 외곽지역은 더 많은 곳에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노면전차는 주로 JR 소속의 큰 역을 끼고 운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하코다테 노면전차 노선도(회사 홈페이지).


  이러한 형태의 노선도는 다른 지역에서도 꽤 볼 수 있는데 거기서도 어떻게 운행하는가에 따라 세분화할 수 있다. 거의 하나의 노선처럼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딱 3개 역만 갈라지는 하코다테 노면전차와 같은 형태가 있는가 하면,


오카야마 노면전차 노선도(회사 홈페이지).


  오히려 3개 역 구간만 공동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구간은 별개의 노선처럼 운행하는 오카야마 노면전차의 모습도 있다.


교토 란덴 노선도(회사 홈페이지).


  그리고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행하지만 하나의 노선이 다른 노선의 시종착역이 되는 란덴과 같은 형태의 노선도 있고,


고치 노면전차 노선도(회사 홈페이지).


  일반적인 지하철과 같이 중간에 환승역처럼 나누어지는 노선도 있다. 고치 노면전차의 경우 노선은 2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구간을 운행하느냐에 따라 5개의 노선으로 구분하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운영 조합을 보이고 있다.


가고시마 노면전차 노선도(승강장 내 노선도).


  한편 같은 2개 노선인데 끝이 아닌 중간에 노선이 갈라졌다가 다시 합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또 JR 소속의 큰 역의 위치에 따라 노면전차는 마치 버스 노선처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노면전차도 한 번 설치하면 이동이 어려운 철도 교통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버스처럼 상황에 맞게 노선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에 노선이 갈라지면서 중간 부분을 순환하는 노선을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노선을 조합해서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버스에 준할 정도로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단, 현재 가고시마 노면전차는 파란색 노선의 본선 노선과, 빨간색 노선의 지선 노선으로만 운행하고 있다)


나가사키 노면전차 노선도(노면전차 팸플릿).


  한편 노면전차가 꼭 2개 노선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나가사키의 경우 4개 노선이 있는데, 노선별로 겹치는 구간이 많아서 환승 없이도 대부분의 역을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노선이 다양하기 때문에 열차 간격도 상대적으로 조밀하게 운행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마츠야마 노면전차 노선도(회사 홈페이지).


  마츠야마의 경우 독특한 운행을 보이고 있는데, 노면전차지만 순환선인 노선과, 그 순환선을 끼고 지선구간까지 오가는 노선, 그리고 순환선 안에서 움직이는 노선 등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형태의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 이용하는 지역 주민도 헷갈릴법한 이런 노선이 만들어진 것은 순환선 구간에서 살짝 벗어난 주요 역의 위치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도야마 노면전차 노선도(회사 홈페이지).


  도야마 노면전차의 경우 한술 더 떠서 순환선과 그 순환선을 끼고 움직이는 다른 노선까지 운행하고 있다. 마치 2개 노선으로 운행하고 있는 가고시마 노면전차의 확장 노선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조합으로 운영됨을 알 수 있다.


히로시마 노면전차 노선도(회사 홈페이지).


  노면전차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은 단연 히로시마다. 히로시마는 히로시마역을 지나는 모든 신칸센 열차가 정차할 정도로 상당히 큰 도시지만 이상하게 이 지역에는 지하철을 볼 수 없다. 예로부터 히로시마는 물이 풍부한 지역인데, 지도상에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강과 그 지류들로 인해 지하철 공사가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히로시마는 무려 8개 노선(4번 노선 결번)이 도시 전체에 걸쳐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다른 지역의 노면전차와 마찬가지로 노선을 다양하게 겹쳐서 운행함으로 인해 운행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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