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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07. 2020

변화가 느껴지는 전차

일본 노면전차 탐방 세 번째 이야기

  도로 위를 달리는 노면전차는 아무래도 전용 선로로 달리는 다른 열차에 비해서 많은 승객을 운송하기에 한계가 있다. 특히 대규모 운송보다는 소규모 운송에 가까운 지방 소도시에는 굳이 유지비용을 많이 들여가며 큰 시설을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운행하는 열차도 대부분 1량 편성의 열차에 불과했다.

  초창기에는 시내버스를 보듯 계단이 있는 출입문이 대부분이어서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가 탑승하기에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았다. 계단이 있어서 승하차도 다른 철도 교통에 비해 많이 걸리는 편이었다. 그랬던 노면전차에서도 저상버스와 마찬가지로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초저상 전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려고 한다.


기존 노면전차의 모습.


  아직은 노면전차를 운행하는 많은 도시에서 다음과 같이 버스를 보는 것 같은 1량 편성의 노면전차가 대부분이다. 노면전차 특성상 궤도와 열차 폭이 거의 같기 때문에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버스와 마찬가지로 (공조시설과 전기시설을 제외하면) 엔진 등 운행에 필요한 설비가 좌석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운전석을 비롯해서 좌석이 높아졌다.

  단, 버스와 달리 출입문은 양방향으로 모두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전차에 따라서는 행선지판이 아날로그 식으로 설치된 열차도 있고, 디지털 식으로 설치된 열차도 있어서 기존 전차라고 하더라도 조금씩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버스처럼 슬라이드 출입문과 접이식 출입문이 혼재된 노면전차.
접이식 출입문으로만 구성된 노면전차.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철과 달리 접이식으로 된 출입문이 있는 것도 노면전차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JR 소속의 열차 가운데 일부 열차는 접이식으로 된 출입문이 있는 열차도 있지만 지하철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열차는 슬라이드 도어로 구성되어 있다. 신칸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마치 버스를 보는 것처럼 전차 안쪽으로 접히는 출입문이 있는 열차를 보면, 버스를 타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앞 뒤 모두 접이식 출입문으로 구성된 열차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접이식으로 된 전차는 이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보기 귀한 장면으로 바뀌고 있다.


출입문이 슬라이드 도어만으로 구성된 노면전차.


  기존 노면전차라고 하더라도 슬라이드 도어로 구성된 전차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마다 출입문의 위치가 조금씩 다른 점은 열차와 또 다른 느낌이다. 출입문의 위치가 다른 만큼 창문의 구성 역시 다르며, 모양도 제각각인 것도 흥미롭다.


승강장에서도 계단을 올라야 전차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기존 노면전차의 경우 우리나라 열차와 마찬가지로 출입문에서 계단을 볼 수 있다. 계단으로 인해 실내 폭이 좁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데, 1량으로 편성된 열차는 길이가 짧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답답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많이 있지도 않은데도 유달리 꽉 차게 느껴지는 것도 분명 계단으로 인해 좁아진 폭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신형 노면전차. 굴절식 열차의 등장으로 기존 열차보다 더 길어진 편성으로 운행 중이다.


  그런 것을 개선하면서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데 주안점을 둔 신형 노면전차. 기존 노면전차와 달리 굴절식 열차 형태로 등장해서 2량 편성의 열차를 보는 것 같다. 노면전차에 따라서는 굴절 시설이 2개, 3개 이상 있는 경우도 있어서 확실히 기존 노면전차와 구분이 된다.

  이 전차의 경우 저상버스처럼 계단이 없기 때문에 노약자는 물론 휠체어 이용 승객도 누구나 불편 없이 전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존 전차에 비해 출입문 폭도 넓어져서 승하차도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기존 전차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워진 외관을 볼 수 있다.


지하철에 맞먹을 정도로 긴 열차도 운행 중인 히로시마 노면전차.


  대도시지만 노면전차가 주된 교통수단인 히로시마에서는 지하철 못지않을 정도로 긴 편성의 노면전차도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많은 승객을 수용하기 위해서 고안된 형태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 맞춰서 승강장 역시 규모가 제법 커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굴절 시설이 없지만 기존 열차에 비해 길어진 마츠야마 노면전차.


  뿐만 아니라 꼭 굴절식 전차가 아니어도 기존 노면전차보다 길이가 길어진 신형 노면전차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전차와 달리 계단이 없는 초저상 형태의 전차인 것은 굴절식 전차와 동일하다. 이처럼 노면전차는 다양한 세대가 한 곳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간 세계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전차가 같은 선로를 공유하고 있다.


계단이 없어서 실내가 더 넓어진 신형 노면전차.


  계단이 없기 때문에 확실히 넓게 보이는 노면전차 내부. 그리고 승하차 시에 계단이 없어서 기존 노면전차에 비해 줄이 길어지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굴절식 노면전차의 경우 그만큼 열차 길이도 길어져서 마치 지하철 내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내부도 디지털화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기존 전차와 신형 전차의 조화.


  이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전차의 조합으로 시내를 누비는 노면전차를 보며 여기서도 또 하나의 사회가 형성됨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노면전차는 점진적으로 변화가 진행 중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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