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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10. 2020

움직이는 광고판이 된 전차

일본 노면전차 탐방 네 번째 이야기

  노면전차는 버스와 마찬가지로 도로가 있는 곳을 주 무대로 다닌다. 지하철과 달리 지하 구간을 운행하는 경우도 없다. 간간이 노면전차만 운행하는 전용구간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은 전차가 행인들의 눈에 잘 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노면전차는 그 점을 잘 활용해서 열차 자체를 하나의 광고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면전차는 한 도시의 주요 거점을 운행하기 때문에 그 어떤 광고보다도 효과가 뛰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노면전차를 운영하는 지역 자치단체에서도 부가적인 수익으로 이보다 괜찮은 방법도 없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도, 운영자 입장에서도 상호 이익이다.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는 노면전차.


  외부를 완전히 덮은 광고판은 현재 운행 중인 노면전차 중 1량 편성의 기존 전차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어떤 광고냐에 따라서 배경도 그렇고 바탕색도 그렇고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모양의 전차라고 할지라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래도 같은 노면전차 디자인이어서 그런지 완전히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 것도 묘한 조화다.


다양한 모습의 광고들(측면1).


  노면전차는 버스와 달리 측면에 모두 출입문이 있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 광고를 두더라도 노출되는 빈도가 거의 일정하다. 그래서인지 방향에 따라 광고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복사해서 붙여 넣은 것처럼 측면의 디자인은 동일했다.


다양한 모습의 광고들(측면2).


    광고라고 할지라도 너무 눈에 튀거나 또 너무 공간이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배경 속에서 거의 2~3가지 색에 단순한 문구로 구성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장시간 노출이 아니라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잠깐잠깐 비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최대한 빨리 눈에 띄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마치 TV의 15초 광고를 연상하게 하듯, 궁금증을 자아내는 단순한 정보만 담은 광고도 제법 보였다.


다양한 모습의 광고들(측면3).


  비록 지역마다 노면전차 모양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광고는 거기에 맞게 또 위치를 변형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때로는 광고 같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전차에 스며드는 광고 또한 수많은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모습의 광고들(상하행 전차 동시 촬영).


  때로는 상하행 전차가 겹칠 때도 있는데, 그때는 연속된 광고를 두 편 보는 기분이 든다. 같은 전차지만 다르게 보일 때가 있는 것도 이렇게 두 대의 전차가 나란히 겹칠 때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다양한 모습의 광고들(신형 전차).


  대부분의 전차가 기존 1량 편성 전차에 한정되었지만, 때로는 굴절식 신형 전차에도 광고를 도입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굴절식 전차의 경우 1량 편성 전차에 비해 길이가 길어서 전차 전체를 뒤덮는 광고보다는 부분적으로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신형 노면전차에서 광고를 보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전차가 계속 변화할수록 이제 신형 노면전차도 기존 노면전차에서 보는 것보다 더 다양한 모습의 광고가 등장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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