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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20. 2020

숨바꼭질을 연상하게 하는 승강장

일본 노면전차 탐방 여섯 번째 이야기

  노면전차 승강장은 도로 위에 위치한 곳이 많다. 때로는 지하철 역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도로 위에서는 버스 정류장을 보는 것 같다. 특히 도로 폭이 좁은 곳은 자연스럽게 노면전차 승강장 폭도 좁아져서 한 사람이 서 있기도 벅찰 때가 많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도로 위 상대식 승강장).


  안 그래도 한정된 공간에 도로 폭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노면전차 승강장 특성상 승강장 폭을 넓게 가져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선로 폭을 줄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물론 도로 폭은 일정 부분 미세하게 폭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그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처럼 바늘 하나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숙명의 노면전차 승강장은 멀리서 보면 승강장이 있는지 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은 곳이 많다. 안전 펜스는 물론 역명판 조차 보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지형적인 한계에서 비롯된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독립된 공간의 상대식 승강장).


  그런 영향에서 일까? 전철처럼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서 자리한 노면전차 승강장 또한 폭이 그렇게 넓지가 않다. 이용 승객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보통 전철과 노면전차 승강장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노면전차 자체도 폭이 좁기 때문에 선로 폭이 상당히 넓은 것 같은 착시효과까지 느껴진다.

  단독 선로여도 주변 지형의 영향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인 노면전차 승강장. 그래서 노면전차는 전차 내에서 개표가 이루어지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정도의 폭을 가진 승강장에 개찰구 시설까지 설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도로 위 섬식 승강장).


  그런 와중에도 버스와 달리 섬식 승강장의 형태도 볼 수 있는데, 승강장 폭이 상하행 승강장이 각각 있는 상대식 승강장에 비해서 그다지 넓은 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위험을 나타내는 노란색 점자 블록 안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폭이 상당히 좁다. 


노면전차 진입 시 승강장 모습.


  노면전차가 한 대씩 들어오면 모르겠지만, 상하행 전차 모두 이 승강장에 들어오면 다음과 같이 전차에 낄까봐 약간 겁이 난다. 그래도 승객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사람 몇 명만 있어도 바로 뒤엉켜버릴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다. 비록 폭은 이렇게 좁지만, 승강장으로써 역할을 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는 것도 신기할 정도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승강장).


  다른 철도 교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은 노면전차라고 할지라도 모든 역에서 승객이 적다면 노면전차를 운영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특히 JR이나 사철 주변에 자리한 승강장의 경우 이용 승객도 많은 편인데, 그런 곳의 승강장은 다른 노면전차 승강장과 달리 폭도 제법 넓고, 승강장 길이도 꽤 길다. 아무래도 이곳으로 승객이 집중되기 때문에 아무리 도로 사이에 승강장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도 최대한 폭을 넓힌 것 같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터미널 식 종착역).


  한편 노면전차의 종착역은 주로 터미널 식 승강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차가 바로 진행방향을 바꿔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쉽게 승강장 구조도 중간 역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터미널 식 승강장을 채택하고 있는 곳의 경우 사철에서 운영하듯 한쪽은 하차 전용, 한쪽은 승차 전용 승강장으로 구분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상하행 비대칭 승강장).


  한편, 버스 중앙차선에 위치한 승강장을 보듯, 승강장 위치가 서로 다른 역도 꽤 볼 수 있다. 이는 한정된 공간에 도저히 상하행 승강장을 둘 수 없을 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승강장을 설치함으로써 승강장 폭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고, 승강장 길이도 조절할 여유가 생긴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편도 승강장).


  그래도 공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편도만 승강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머지않은 곳에 반대편 전차가 정차하는 승강장이 따로 있지만, 이처럼 승강장도 공간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곳도 노면전차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노면전차 승강장 모습(육교 연결 승강장).


  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노면전차 승강장이라고 할지라도 유별나게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승강장도 찾을 수 있다. 특히 육교를 통해 통로가 연결된 승강장은 아무리 폭이 좁은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멀리서부터 '저곳에 승강장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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