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면전차 탐방 일곱 번째 이야기
도로와 하나가 되어 달리는 노면전차는 평범한 도로의 모습도 바꿔나가고 있다. 지하철이나 전철과 달리 도로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을 살펴보려고 한다.
도로가 넓은 곳이라면 노면전차도 어느 정도 운행에 있어서 차량의 방해를 덜 받는 그런 운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도로의 차량은 좌회전, 우회전이 아닌 이상 노면전차가 다니는 선로에 진입할 수 없도록 차선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도로가 그렇게 넓지 않은 곳이라면 부득이하게 노면전차 선로에도 차량이 진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면전차 선로는 다른 철도와 달리 침목이나 자갈이 있는 일반적인 철도 모습과는 다르다. 철도 건널목에서 보는 것처럼 전차 바퀴가 다닐 수 있는 작은 홈만 있을 뿐, 도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선로의 공간이 없다. 이는 차량이 선로를 다니더라도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전차가 다니지 않을 때는 이렇게 차량이 도로처럼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도로의 가변차선을 보는 것처럼 때로는 통행을 할 수 없는 길이 되었다가, 때로는 하나의 도로 차선처럼 활용되는 곳이 바로 노면전차의 선로다. 이처럼 한정된 공간에 철도 교통과 도로 교통의 운송수단이 어우러져 있게 된 것은 노면전차가 가진 독특한 선로의 영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딱 2개 차선의 도로 폭을 가진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노면전차는 물론 차량까지 같이 통행이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도로에 차량이 많아서 정체가 있을 때는 노면전차라고 할지라도 차량처럼 정체된 길을 그대로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면전차는 다른 철도 교통수단에 비해 표정속도가 떨어진다. 이는 철도 교통의 최대 장점인 정시성을 확보하는데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이와 같은 겸용 도로도 제법 볼 수 있다.
지하철도 우리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상당히 많은 갈림길이 존재한다. 그것은 우리가 유심히 지켜보면 볼 수 있는 전철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면전차 역시 갈림길이 존재하는데, 지하철이나 전철과 다른 점은 도로의 교차로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다.
이는 도로 신호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 신호등과 함께 있는 노면전차 전용 신호등.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철도 특성상 차선 변경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없지만, 도로의 차량과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도로의 차량과 마찬가지로 신호를 받아야 교차로를 지날 수 있다.
그래서 노면전차가 다니는 곳에는 신호등도 제법 복잡하다. 노면전차 전용 신호등은 도로 신호등처럼 빨간색과 노란색, 그리고 녹색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도로 신호등과 구분을 하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다. 신호등도 전체에 불이 들어오는 형태가 아니라 화살표와 'ㅣ'자 'ㄱ'자 형태로 구분된다. 노면전차는 여기 해당하는 불이 들어와야만 이곳을 통과해서 다음 역으로 향할 수 있다.
화살표로 구분을 하는 이유는 갈림길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계통 확인이라는 문구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노선에 따라 신호가 바뀌는 것도 노면전차라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아무리 도로 위를 지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노면전차도 선로를 따라 이동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선로 변환이 선행되어야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가고시마 노면전차는 독립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궤도에는 다음과 같이 녹색 친화적인 궤도를 설치한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선로라고 할지라도 이처럼 전차가 잔디 위를 달리고 있어서 그런지 마치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잔디로 궤도를 꾸며놓으면 도로의 차량이 궤도를 공유할 수 없게 되지만, 그만큼 도로도 충분히 확보된 공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이 독립적인 궤도를 꾸밀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노면전차도 때로는 일반 철도처럼 철도 건널목이 있는 곳도 볼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전철을 보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도로와 하나가 되어 도로 사정에 영향을 받는 노면전차지만, 때로는 철도 본연의 특징도 그대로 갖추고 있음을 한 번 씩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