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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29. 2020

노면전차라 볼 수 있는 독특한 선로

일본 노면전차 탐방 여덟 번째 이야기

  노면전차는 도로 위를 다닐 때도 있지만, 다른 철도교통처럼 독립적인 공간을 운행하기도 한다. 차량이 지나다니기도 해야 하지만 노면전차도 다녀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최소한의 홈이 생기는 노면전차 선로. 그곳에는 선로 교환장치도 눈에 보일 듯 말 듯 할 정도로 숨겨져 있다.


철도에서 본 선로 변환 장치.


  일반적인 철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선로 변환 장치가 외부에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같은 공간에 철도 외에 다른 교통수단의 통행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형태다.


도로 속에 가려져 있는 선로 변환 장치.


  하지만 노면전차의 경우 차량이 이곳을 지나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철도와 같은 형태로 선로 변환 장치를 둘 수가 없다. 그래서 선로가 움직여야 하는 공간을 제외하면 장치를 모두 도로 아래에 묻어놓거나, 인도 쪽으로 옮겨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노면전차는 선로 변환도 마치 차량의 운전대가 있는 마냥 스스로 옮기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노면전차도 철도교통인 만큼, 궤도가 전차의 방향을 결정해줘야 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장치는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도로 때문에 가려졌던 침목을 볼 수 있는 보수공사 현장.


  도로에 가려져있을 뿐, 노면전차도 선로 사이에 침목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보수공사 현장. 알고 보면 노면전차의 선로 역시 철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노면전차의 선로도 마치 빙산을 보는 것처럼 보이는 곳보다 가려진 곳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도로와 철도를 오가는 노면전차 선로.


  노면전차라고 해서 반드시 도로와 함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노면전차지만 일반철도의 모습처럼 전용 구간을 통행하는 구간도 있다. 특히 교토에서 운행 중인 게이신선은 지하철과 전철 그리고 노면전차까지 세 얼굴을 모두 볼 수 있는 아주 특이하고 재미있는 노선이다.

  한편 후쿠이 전차는 노선도 상에도 궤도(도로 위 선로)와 철도(전용구간)를 구분해서 표기하고 있다. 이렇게 따로 표기할 수도 있지만 다른 노면전차에서 이렇게 구분한 노선도를 보기 어려운 것은 궤도와 철도 사이를 빈번하게 움직이기 때문인 영향도 있다.


도로와 철도의 경계 선상.


  자연스럽게 궤도와 철도를 넘나드는 노면전차. 그 경계는 특별히 눈에 띄는 장치나 시설은 없다. 전차 안에 있을 때, 바깥 경치를 유심히 지켜보지 않는 한 여기가 궤도 위인지 철도 위인지 구분도 쉽지 않다. 그만큼 노면전차는 마치 카멜레온을 보듯,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은 전차라도 도로(궤도)와 전용 철도에서 다 볼 수 있다.


  같은 노면전차라고 하더라도 주변 풍경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노면전차의 길인 선로가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도 같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듯, 노면전차도 마찬가지인 샘이다.


도로 위도 달려야 하기에 폭이 좁아진 노면전차.


  일반철도와 다른 노면전차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부딪칠 것만 같이 아주 좁은 선로 간 폭이다. 철도는 그래도 하나의 선로와 선로가 제법 멀리 떨어진 것을 느낄 수 있지만, 노면전차는 선로끼리 유독 거의 붙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전차를 보면 왜 이런 선로가 나오게 되었는지 이해가 간다.

  때론 도로 위를 달려야 하는 노면전차 특성상, 차량과 마찬가지로 바퀴 간 거리보다 더 넓은 폭을 가지기는 어려울 터. 그래서 다른 철도 교통수단에 비해 노면전차는 몸이 더 슬림해 보인다. 물론 그 영향으로 키는 더 커 보이는 효과도 있다.


끝이 아닌 듯 끝나버린 노면전차의 끝.


  노면전차의 끝은 더 극적이다. 궤도 상의 끝은 '여기가 진짜 끝인가?' 싶을 정도로 도로에 흡수되어 버리는데,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노면전차의 끝인지조차 파악이 안 될 때도 있다. 수륙양용 차량을 떠올리듯 경계 선상에서도 마치 다음 구간을 향해 진행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최소한 철도에서 볼 수 있는 경계 벽도 거의 볼 수 없고, 속도 제어가 안 돼서 이탈할 경우를 대비한 장애물도 보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도로와 하나가 된 노면전차는 철도가 아닌 도로의 특징을 나타내면서 이렇게 마지막을 맞이하기도 한다. 때론 이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원래 일반철도의 끝도 이렇게 갑자기 끊어질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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