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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Nov 10. 2020

너무 커서 눈에 잘 띄는 승강장

일본 노면전차 탐방 열한 번째 이야기

  노면전차는 전차부터 승강장에 이르기까지 JR을 비롯한 다른 철도교통의 축소판처럼 보일 정도로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아무리 규모가 적은 노면전차라고 할지라도 꼭 눈에 띄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전차 규모는 크게 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승강장은 주어진 환경에서 그래도 눈에 띌 정도로 큰 곳이 있다. 특히 JR역과 접하는 곳에서 이런 큰 승강장을 마주할 수 있는데, 다른 노면전차 승강장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려고 한다.


하코다테역 교차로에 있는 노면전차 하코다테 승강장.


  먼저 외벽이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하코다테 노면전차의 승강장을 살펴보려고 한다. 승강장이 제법 길어서 노면전차 두 대는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비록 승강장이 독립적인 공간이 아닌 도로 중간에 있어서 폭을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 한계를 승강장 길이로 대신했는지, 다른 승강장에 비해 유독 길다.

  폭이 좁게 보이는 것은 외벽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분명 있지만, 이 외벽으로 인해 승객들은 악천후에도 노출되지 않을 만큼 안전하게 전차에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역에 비해 광고나 안내판도 풍부하게 되어있다. 


도야마역 아래에 자리잡은 노면전차 도야마 승강장.


  JR역 아래에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 잡은 도야마 노면전차 승강장. 바로 위에 있는 신칸센 승강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도야마 노면전차 승강장 역시 꽤 규모가 있다. 마치 터미널식 승강장 형태로 뻗어있는 승강장에 전차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북적인다.

  하코다테 승강장에 비하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전차가 이곳을 오갈 때만큼은 신칸센 역 못지않게 존재감이 크다. 이는 다른 승강장과 달리 옆으로 가지치기하듯 펼쳐진 승강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다.


오카야마역 광장에 자리 잡은 노면전차 오카야마 승강장.


  다음은 도야마 승강장과 비슷하지만 신칸센 역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독자적으로 자리 잡은 오카야마 승강장의 모습이다. 하코다테 승강장처럼 도로를 끼고 있지만, 섬식 승강장이어서 그런지 멀리서도 잘 보였다. 오카야마 노면전차의 오카야마 승강장은 다른 노면전차에서 보기 드문 승차 전용 승강장과 하차 전용 승강장이 있어서 승강장 길이가 유독 길다.

  이는 승하차 전용 승강장 사이에 선로 교환 시설이 있어서 승강장이 더 길어 보이는 착시도 한몫한다. 물론 16량 편성의 신칸센 승강장에 비하면 한없이 짧고 좁은 폭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른 노면전차 승강장과 비교하면 오카야마 승강장은 두 개의 승강장을 이어 붙인 것보다 더 길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타 철도교통과의 환승역은 유독 승강장이 넓은 란덴.


  JR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주변 사철과 지하철과 환승이 가능한 승강장은 확실히 눈에 띄는 란덴. 하코다테와 도야마 승강장의 모습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다른 모습으로 많은 노면전차 승강장 가운데 눈길이 가는 란덴 승강장.

  사철처럼 승차와 하차 승강장이 다른 시조오미야(왼쪽) 승강장, 그 주변에 도로가 있더라도 환승이 가능한 승강장만큼은 도로에 가려져 있지 않은 텐진가와(오른쪽) 승강장은 다른 교통수단에 란덴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츠야마역 교차로에 자리 잡은 이요테츠 마츠야마 승강장.


  사철이나 JR 승강장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이요테츠의 마츠야마 승강장은 노면전차가 더욱 왜소해 보일 정도로 상당히 규모가 크다. 마치 거점역에 1량 편성의 원맨열차가 들어온 것처럼 마츠야마 승강장은 노면전차가 빠져나가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승강장은 도로 가운데 위치한 승강장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반대편 승강장의 경우는 그렇게 폭이 넓지가 않다. 이렇게 비대칭으로 승강장을 만든 것은 이용하는 승객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같은 노선의 승강장이지만 어느 방면에 위치하냐에 따라 승강장 폭도 천차만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츠야마 승강장이다.


고치역 아래에 자리잡은 노면전차 고치 승강장.


  도야마 승강장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고, 오카야마 승강장보다는 붙어있는 고치 승강장. 승강장 구조는 란덴의 시조오미야 승강장처럼 승차와 하차 승강장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치 승강장은 승강장이 도로를 끼고 있긴 하지만 역 광장에 있는 것에 더 가까워서 그런지 승강장 폭은 제법 넓은 편이다.


JR 역 부근은 눈에 띌 정도로 규모가 큰 역이 자리잡은 가고시마 노면전차.


  한편 JR역이 있는 곳만큼은 승강장도 확연히 차이가 나는 가고시마 노면전차. 오히려 이곳을 지나는 JR선이 더 적은 운행이라고 느낄 때도 있다. 다른 승강장도 동일한 비율로 전차가 운행되고 있지만, JR역이 있는 승강장은 다른 곳에 비해 노면전차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가고시마역 앞의 노면전차 승강장은 터미널식 승강장으로 되어있는 데다가 건물처럼 높은 지붕이 있어서 더 눈에 잘 띄는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승강장 폭은 다른 승강장보다 더 좁아 보인다. 반대로 가고시마주오역 앞의 노면전차 승강장은 폭이 상당히 넓은데, 끝 역과 중간역의 차이인 것 같다.


JR 역 부근은 눈에 띌 정도로 규모가 큰 역이 자리잡은 구마모토 노면전차.


  이는 구마모토 노면전차에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구마모토역 앞의 노면전차 승강장은 마치 곤돌라식 케이블카 승차장을 연상하듯 승강장이 비어있는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노면전차가 머무는 시간이 길다. 그리고 가미구마모토역에는 차량기지와 함께 터미널식 승강장이 전차를 맞이하고 있다.

  가고시마 노면전차와 마찬가지로 가미구마모토역 앞 노면전차 승강장도 지붕이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구조다.


  이처럼 다른 승강장에 비해 유독 눈에 띄는 승강장은 JR역을 비롯한 다른 철도교통수단의 역과 가까이 위치한 승강장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다른 철도교통수단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아무리 큰 노면전차 승강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철도교통의 역에 비하면 작을 수밖에 없는 규모지만 그 속에서도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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