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성 Sep 13. 2024

맞춤법

별다른 일은 생각지도 않게 일어나는 것이지만 또 이상하게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여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그녀가 별다른 일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삶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없었다.어쩌면 적극성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하지만 익숙해서 지긋지긋하고 편한 나머지 넌더리나고, 그런 시간들,그들이 사랑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그녀인들 지금과는 다른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을까.어느날 그녀는 깨달았다그와 그녀, 그들처럼 사랑하면서 더이상 서로에 대해 알 것이 없는 사람들은 누구나 결혼해 있다는 것을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그 말은 그녀가 중학교 때나 좋아했던 어떤 프랑스 소설가의 말이었다그러나 그 말이 서로를 애증에 차서 노려보게 될 즈음이면 이제 슬슬 아이를 낳고 집을 장만하는 일상의 길로 함께 접어드는 것이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인 사랑의 종말로 향해가는 가장 바람직한 수순이라는 뜻일 줄을 몰랐었다 언제까지 이 남자아이와 숨바꼭질을 해야 하는 걸까.

이제 그만 결혼해서 사랑을 끝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다른 아이와 함께 새로운 숨바꼭질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그래, 결국은 다 지루한 일이겠지만.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했지.'그녀는 가볍게 웃었다.'그것이 사랑의 본색일 뿐인데.'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이 정도라면 일정기간 괜찮은 관계를 유지할 만큼의 친밀감에 대한 타진일 뿐 위대한 연인의 예감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그들도 그것을 알 만큼의 지각과 냉소는 갖추고 있다.그들이 늦은 나이에 별다른 노력 없이 저절로 불붙은 열정에 대해 신기해하고,결국 그 절대성을 거역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들은 스스로를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들, 위대란 연인은 헤어졌다.왜 헤어졌냐고? 그야 그들의 사랑에서 더이상 위대함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날 그들이 피곤을 무릅쓰고 만날 약속을 한 것은 스스로에게 사랑의 엄연한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서였다.누구나 피곤할 때는 그 피곤의 이유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눈앞의 대상까지도 피곤한 존재로 여기게 되는 법이다만나자마자 씻은 듯 피곤이 사라지는 관계란 있을 수 없다.따라서 그들이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나마 상대방을 짜증스럽게 바라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그들은 그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위대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해왔던 그들은 한순간이라상대의 존재가 피곤하게 느껴진다는 데에 모욕감을 느꼈으며 피곤의 여지가 끼어들 수 있다면 그렇다면 혹 그들의 사랑은 다음 기회에 다시 올 수도 있는 평범한 사랑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 의심은 과민함으로, 그렇다, 지나친 과민함의 미로 속으로 그들을 질질 끌고다녔다미로를 빠져나왔을 때 그들은 자기들이 도달한 곳이 작별의 지점이라는 데에 어리둥절 했지만그러나 이미 돌이길 수 없는 일이었다.하는 수 없이 헤어져 돌아가며 그들은 각자 위대한 사랑의 장렬한 파국을 애도하며 울었다.남자는 혼란스러웠고 모든 우유부단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한쪽 발을   

작가의 이전글 제목 없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