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전경린

by 거성

- 어른들은 눈물을 땀처럼 힘겹게 흘린다


-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 실제로 사람을 만나는 건, 드라마와 달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냐.

질서 있는 인간관계도 없고, 착각과 도취, 혹은 무지한 고집과 자기 합리와의 이상한 자포자기 같은 것이 운명을 만들기도 하지.


- 세상이 아전인수의 장이며 거짓말의 바벨탑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은 성숙일까? 절망일까?

아니면 그게 바로 삶일까?


- 오래 나를 괴롭혔던 실연의 아픔은 다름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었다.


- 사랑은 어쩌면 달나라에 가는 것과 비슷할 거야.

지구의 중력을 이탈애 별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무한의 우주를 지나 꿈꾸어온 달에 착륙하는 여행 말이야.

그 여행이 엄청난 것은 우주선도 없고 오직 단둘이 끌어안고 스스로 발사체가 되어 날아간다는 점이지.

그리고 달나라에 갈 수는 있지만 그곳에서 살 수는 없는 것처럼,

사랑 속에 안주해서 살 수도 없단다.

실제로 달은 채석장처럼 끔찍하게 척박한 곳이고 인간의 발을 둥둥 뜨게 만드는 곳이지.

단지 지구와 달 사이, 원심분리기같이 굉장한 속도로 회전하는 허공만이 사랑의 현장인 거야.

사랑이 끝나고 지상으로 돌아올 때는 우주선을 버리고 각자의 낙하산을 펴야 하지.

이 지상에 따로따로 떨어져 착륙해야 하는 것, 사랑은 그런거야.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때 함께 있든, 혹은 헤어져 있든, 무사한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결국 끝이 나.

삶은 사랑의 열정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로 사는 거거든.


- 이 사람이라면, 내게 상처를 입혀도 괜찮아.

이 사람이라면, 내게 잘못을 해도 좋아..

그런 마음이 생겼을 때, 내가 아저씨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어.


- 타락이란,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사는 거야.


- 어른들이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까지도 저렇게 힘껏 받아들이는 사람들인가...

가슴이 뻐개지도록 밀고 들어오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또, 승락없이 떠나려는 것들을 순순히 흘려보내려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강이 흘려야 하는 것일까.

진실을 알았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가혹한 진실마저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인 것이다.


- 사랑의 결실은 변태야.

변화를 겪고 달라지는 것.


- 엄마가 전에 말했잖아.

사랑은 달나라에 가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그러니까 내 말은, 달나라에 살 수는 없지만, 그곳에 찍은 발자국은 영원하다는 의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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