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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esg] 누구를 위한 ESG인가?

보이지 않는 가치의 정량화, 재무화가 가지는 한계점

ESG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들은 앞다투어 지속가능경영, ESG경영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생존 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해내는 방법인 대량생산을 통한 대량소비의 굴레 속에서 유한한 자원을 무한인 양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때와 비교하면 물론 ESG 바다 속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변화들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쟁이의 눈으로 보는 기업들의 ESG, 지속가능성에는 과연 혜택의 주체 안에 환경을 포함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1987년 제시된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는 '지속가능성'을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함에 있어 미래 세대가 누려야 하는 바를 저해하지 않는 발전'이 세계가 나아가야 할 가치라고 정의한다. 이는 무조건적인 경제성장 추구보다는 현명하게 자원을 이용했을 때 인류사회가 더욱 오랜 기간 번영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업에서 ESG를 기존 경영전략과 결합할 때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1) 기업이 인지하고 있는 잠재 리스크와 2) 잠재 리스크가 기업의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다. 그리고 이를 시각화하기 위해 중대성 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기업과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예를 들어 기후위기 대응, 공정한 노사관계,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등의 요소들을 분석하여 기업활동 영위를 위해 핵심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요인들을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히 기업의 이익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들에 대한 분석일 뿐, 기업의 활동이 환경·사회·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지는 않는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EU에서 ESG 준수사항을 강화하며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이중중대성' 개념이 등장했다.


기존의 중대성 평가가 기업 외부에서 내부 즉, 일방향으로 이뤄졌다면 이중중대성 평가는 기업 내부 요인으로 인해 기업 외부에 초래하는 영향을 포함해 양방향으로 평가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기업활동에는 환경 이용 혹은 환경 파괴가 무조건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이에 대한 도덕적 평가나 가치 판단보다 더 신경을 기울여야할 지점은 앞으로의 방향성이다. 환경쟁이의 입장에서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을 접할 때마다 자원집약적 산업군의 책임이 막중하다 생각하는 동시에 산업혁명 이후로 견고하게 다져진 수익 창출 시스템을 한순간에 전환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일이라 여기고 체념, 포기하기보다 기업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기업 입장에서도 단계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그들의 변화가 진정으로 자연환경과 미래세대의 번영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동반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에서 공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지 ESG보고서의 정량데이터들이 시사하는 바는 재활용 소재, 신소재라는 미명하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제품들을 양산하고 있으며, 2050 탄소중립 달성 지지를 표명하며 탄소배출량 총량의 감축보다는 점점 더 상승하는 배출량만큼 상쇄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소위 '중립, zero'를 만드는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ESG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돕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 기업들이 보고서를 통해 제공하는 데이터들은 충분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80억 인간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 그 다음 다음 세대에 이르는 무한한 생명들이 숨 쉬고, 먹고, 마실 수 있는 근간을 제공하는 환경가치를 이해하기 쉽고 비교하기 쉽다는 이유로 단순화하고 정량화하는 과정에서 '무한'의 가치를 후려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글은 특정 집단을 탓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단지 ESG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방향없이 휩쓸려다니지 않고 무한히 지속가능한 사회와 지구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작성되었다. ESG 패러다임으로 인해 자연환경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논의하고 고민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때 ESG라는 용어에 'E'가 들어가도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될 것 같다.


"어려움이라는 것은 해결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다. 불가능이란 것은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 프리드쇼프 난센



작성자: 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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