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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esg]GRI, SASB &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수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펴 내고 있지만, 보고서 발간 여부와 보고서에 포함할 내용은 자발적이고 보고 내용에 대한 표준화된 형식이나 내용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보고서 작성 시 참고하는 공통 기준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와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SASB, 지속가능성 회계기준 위원회)이다. 


이전 글에서 ESG 관련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면서도 언급했었고, 그다음 글에서 개괄적은 특성들을 소개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GRI와 SASB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출처: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7297179i


그러면 보고서에서 GRI와 SASB는 어떻게 적용이 되고 이들에 관한 내용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GRI나 SASB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라고 보고서 작성 형식을 제안한 것은 아니고, 기업들이 보고해야 내용들을 지표들로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 이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보고할지는 기업들의 재량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뒤쪽에 가면 GRI 대조표와 SASB (대조)표를 볼 수 있다. 


GRI 표준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출처: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0년)


위는 2020년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나온 GRI 대조표의 일부인데, GRI 표준에 나온 지표들은 100번대 일반, 200번대 경제, 300번대 환경, 400번대 사회 관련 부문들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각 부문에는 여러 주제가 있는데 일반은 101~103의 3개 주제, 경제는 201~207 7개 주제, 환경은 301~308 8개 주제, 사회는 401~419 19개로 총 37개의 주제가 있다. 


2021년에 발표되어 2023년 1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GRI 지표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이 일반 정보의 보고 방식이 변경되고 산업별 표준이 추가되었다. 


기존의 100번대 지표들이었던 일반 정보가 일반 표준 (Universal Standards) 1, 2, 3 항목으로 바뀌고 지표들의 내용이 대폭 수정되었다. 산업별 표준은 현재는 석유 & 가스 Oil and Gas (GRI 11), 석탄 Coal (GRI 12), 농축어업 Agriculture, Aquaculture and Fishing (GRI 13) 세 산업 표준이 발표된 상태이고 앞으로 40개 산업 표준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주제별 표준은 Topic Standards 기존 2016, 2018년 업데이트된 내용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23년에 개정된 GRI 스탠더드의 구성, 출처: globalreporting.org


GRI의 경우 지표가 100개가 넘고, 각각의 지표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정보가 많으며, 정량적인 값뿐 아니라 정성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서, 보고서들은 각 지표가 요구하는 내용을 하나의 표에 바로 적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위와 같이 대조표를 통해서 보고서의 몇 페이지, 혹은 다른 보고서나 홈페이지 등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는 위치를 표기해둔다. 해당 사항이 없거나 간단하게 표시할 수 있는 지표(법규 위반 여부/횟수 등)의 경우에는 대조표에 바로 수치를 표기하기도 한다. 


GRI, 무엇을 보고해야 하나?


유의할 점은, 이러한 37개 주제 내의 100여 개가 넘는 지표들이 모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중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주제들이 있고 그 외에는 각 조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제를 선택해서 보고하면 된다. 


GRI는 2022년까지는 핵심적 부합 방법 Core Option과 포괄적 부합 방법 Comprehensive Option 두 종류가 있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Core Option이 Comprehensive Option 보다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지표들이 적다. 


두 옵션 중 하나를 만족하는 경우 제3자 검증을 받아 이를 보고서에 명시하고 GRI 측에 보고서를 등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 이 보고서가 둘 중 어떤 옵션을 선택했는지 앞부분이나 검증 보고서 부분에 명시되어 있다. 국내 기업들은 GRI 표준을 채택한 경우 대부분 (아마도 전부?) Core Option을 선택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옵션들을 따로 선택하지 않고 GRI 표준을 참고하여 조직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표들만 골라서 보고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GRI 표준을 따랐다고 명시할 수는 없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Core Option을 보고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차차 Comprehensive Option으로 범위를 넓혀 보고하기를 기대하여 이렇게 구성되었다고 하나 2023년 보고 기준부터는 하나로 통합되었고 일반 표준(Universal Standards)의 GRI 2 내용은 전부 필수 보고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기존에 Core Option을 선택하여 보고했던 기업들의 경우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주제들과 지표들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중대성 평가 Materiality Assessment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지표들 외에 해당 조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제들인 material topics을 고르는 과정을 "중대성 평가"라고 하고, GRI 표준을 따라 보고할 경우 이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보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고려해야 할 원칙은 2022년 보고기준까지는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이다.  


1) 조직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영향에 중요한 정도 

2) 이해관계자들의 평가와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조직과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투자자나 공급망 관계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원, 고객, 지역사회 등 조직과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사람이나 조직들을 의미한다. 즉 넓게보면 조직과 전체적인 사회와의 상호관계라고도 볼 수 있겠다. 


많은 경우 조직들에서는 1)을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또는 비즈니스 중요도라고 보며 2)를 이해관계자 관심도나 사회적 영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 내 외부 토의를 거쳐 각 조직들에 중요한 이슈들을 아래와 같은 매트릭스를 이용해 도출하곤 했다. 이러한 매트릭스의 사용은 필수 요구 사항은 아니다. 


출처: (왼) GRI의 예시 매트릭스, (오) 포스코 시민기업보고서 2021년


개정되어 2023년부터 적용되는 새 원칙에서는 중대성에 관한 내용이 GRI 3으로 독립되었다. 위와 같은 두 축의 매트릭스에 대한 내용은 사라지고 중대성 평가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이 사라진 대신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부각되며 인권에 미치는 영향도 강조되었다. 


또한 핵심 이슈, 중요한 항목들인 material topics 를 선정하는 과정을 보고하는 것과 이 선정 과정에 고려된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들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의무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선정 과정에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조직의 활동과 비즈니스 관계에서 경제와 환경, 사람들, 특히 인권에 미치는 영향들을 어떻게 식별했는지. 이 영향들에는 실질적인 영향과 잠재적인 영향,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 영향을 모두 포함한다.

2) 조직이 항목들의 중요도에 따라 영향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했는지.


즉 비즈니스 영향과 이해관계자 영향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비즈니스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 그리고 인권을 강조한 점이 새로 개정된 기준의 중요한 차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를 통해 이후 소개될 SASB와 GRI 표준의 가장 큰 차이, 즉 조직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보는 SASB에 비해 GRI는 조직이 관계를 주고받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즉 해당 조직이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SASB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SASB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할 기업 공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개발된 지표들로 각 산업별로 재무적 성과와 연계된 주제들 위주로 간결한 지표들이 보고 대상이다. 산업별로 중요 지속가능성 이슈가 크게 다르기에 SASB 표준들 또한 산업별로 대단히 상이하다. 이 링크에서 77개 산업별 표준을 검색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출처: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왼: 2020, 오: 2021)
출처: 포스코 시민기업보고서 (2021년)


위는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보고서에 포함된 SASB 표로 GRI에 비해 보고해야 할 내용이 상당히 적고 정량적인 값이 대부분 이기에 삼성전자의 경우처럼 일부 내용은 표에 직접, 일부는 표에는 페이지 번호만 명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포스코의 경우처럼 전부 표에 직접 값을 입력하는 경우도 많다. 


두 회사가 속한 산업 (삼성전자: 기술통신 - 하드웨어 or 반도체 Technology & Communication - Hardware or Semiconductor, 포스코: 추출 - 철강 제조 Extractives & Minerals Processing - Iron & Steel Producers)이 다르기에 보고 내용도 크게 다르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우 2020년에는 하드웨어, 2021년에는 반도체로 선택한 산업이 달라졌다는 것도 볼 수 있다. 


GRI v.s. SASB


GRI와 SASB 표준들의 경우 그 목적 자체가 다르기에 둘 중 어느 한 표준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각 조직들의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되고 있으나 대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이 둘을 다 채택하여 보고하고 있다. 이 두 표준이 서로 상호보완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이다. 


이 둘의 가장 특징들을 요약해 본다면 아래와 같다.  


국내에서는 현재로서는 지속가능성 보고 관련해서는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기준이 없으나 향후 의무적 공시가 시행됨에 따라 공지 표준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K-ESG 가이드라인과 국민연금의 평가지표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GRI와 SASB를 비롯하여 CDP, CDSB, IIRC 등 다섯개 기관들이 포괄적인 보고를 위해 협력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들의 비전은 여기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작성자: 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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