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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아직도 오리무중

나의 기후환경 이야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Written by 리나


7월이 끝났다. 6월이 끝나갈 무렵만 해도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는데, 7월 초순이 살짝 지나가기가 무섭게 폭염이 시작되었다. 매일 일기예보 어플을 확인하면서 낮 최고 기온이 몇 도까지 올라갈지, 오늘의 공기질은 어떨지 확인하는 것이 점점 무서워져 갔다. 더운데 공기질까지 나쁘다니 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하는 날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여름은 끝나려면 한참이나 더 남았다.


지난 3개월가량 글을 쓰고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이의 목소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기후위기에 대해서 잘 몰랐던 정책, 이론, 쟁점들을 공부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지만, 멤버들이 매번 정한 여러 주제를 가지고 원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후련하고 기운을 얻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더 절망하고 답답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나의 글쓰기, 나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었다. 글쓰기를 하는 순간에는 단순해지는 것 같았다가 더 복잡해지기를 반복, 지금의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눈다고 해서, 지금의 이 더위가 갑자기 없어지지는 않겠지. 갈수록 무서워지는 기후위기 뉴스가 갑자기 적어지는 것도 아니겠지. 다시 한번 절감하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길고 꾸준한 호흡을 갖고 지치지 않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가면서도 어느 날에는 기후위기 그딴 거 다 잊어버리고 싶기도 할 것이고, 내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하며 절망하는 순간도 많이 맞닥뜨릴 것이다. 이미 다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럴 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떠올려 본다. 계속 이 땅에서 삶을 지속해야 하는 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항시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세상은, 왜 삶은 이렇게나 복잡하고 알지 못하는 것 투성일까. 하지만 사람들은 본인의 일상이 단조롭고 재미없다고 매일 투정하기도 한다.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매년 반복되는 폭염이 조금은 잠잠해지는 때가 오면 나의 이런 고민도 조금은 정리가 되려나.

그동안 같이 생각과 글을 나누었던 멤버들에게 많이 배웠고, 용기와 위안을 얻기도 했다. 무엇보다 2주에 한 번이기는 하지만 함께 수다(?)를 떨었던 시간이 재미있었다. 모두들 열정과 꿈이 분명한 친구들이니까 소망하는 것들을 꾸준히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또 다른 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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