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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미 Mar 06. 2019

이 남자의 유통기한은 무제한

#희귀난치병 #루푸스

사실 내가 남자 친구를 잘 사귀지 않았던 진짜 이유가 하나 있다. 2009년부터 앓고 있는 희귀 난치 질환인 루푸스 때문이었다. 지금은 멀쩡히 일하고 술도 마시고 하니 모두들 내가 정상적인 사람으로 알고 있겠지만, 나는 언제 또 아프게 될지 모르는 환자였다. 


그는 매일 퇴근을 하고 우리 집 앞으로 왔다. 내가 야근을 하는 날은 우리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기다렸고 일찍 마치는 날은 우리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매우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나에게 실망하기 전에 어서 나의 병을 사실대로 말해야만 했다.


그날도 우리 동네에서 산책하던 길이었다.
"오빠, 나 사실 루푸스 환자야. 이게 뭔지 잘 모르겠지? 루푸스는.. 류마티스 질환이고 희귀 난치병이야. 지금은 건강해 보이는데 언제 또 아프게 될지 몰라."

"아프면 어떻게 되는데?"

"내 증상은 거의 관절이라 아프면 온몸이 다 뻗뻗하게 굳어버려서 움직이지를 못해."

"지금은 괜찮잖아."

"지금은 괜찮지. 언제 아프게 될지 모른다는 거지."

"그럼 괜찮아."

"뭐가? 내가 아픈 게 진짜 괜찮아?"

"응, 그 병이 나을 수 있는 약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는 그.. 

하지만, 이제 나의 병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이제 곧 그는 나를 떠나게 될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퇴근을 하고 그녀의 집 앞으로 갔다. 단 10분 만이라도 얼굴을 보고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그녀의 집 앞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가 솔직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25살 때부터 루푸스라는 병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안정기이지만 언제 또다시 아프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아픈 게 싫어서 떠나간다고 해도 본인은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괜찮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내 왼쪽 팔 안쪽에 타투가 있어. 'Amor Vincit Omnia'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는 뜻이야. 사랑의 힘으로는 모든 것을 헤쳐갈 수 있다는 거지."


그녀가 말하는 루푸스라는 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네가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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