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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미 Mar 20. 2019

이 남자의 유통기한은 무제한

#또다시 비 (최종)

나에게 루푸스가 있다고 말했지만 그는 내 옆을 떠나가지 않는다. 심지어 결혼하자고 까지 말한다.


"오빠네 가족이 내가 아픈 거 알면 나를 싫어할 거야. 반대 입장으로 사위 될 사람이 지병이 있다고 하면 싫어할 것 같아."

"우리 집에 말 안 할 거야. 그리고 지금은 아프지도 않잖아."

"나중에 아프게 되면 어떻게 해?"

"나중에? 안 아파."


그는 내가 더 이상 아프게 될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했고 결혼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먼저 우리 가족에게 인사를 드리고 결혼 허락을 맡아야겠다고 했다.


떨리는 첫 만남, 그렇게 결혼을 시키고 싶어 하던 엄마도 약간은 긴장하며 그에게 묻는다.


"세아가 아픈 거는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관없어요."


우리 가족은 자상하고 섬세한 그를 아주 흡족해했다. 우리 가족과 인사를 하고 얼마 후에 그의 가족에게 첫인사를 드리러 갔다. 

그의 가족은 나를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마치 꽁꽁 얼었던 셔벗이 '사르르' 녹는 듯한 기분이었다.


회사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결혼을 공개했다. 어떻게 감쪽같이 속였냐며 다들 놀라워했다.

그리고 연애한 지 1년이 되는 날, 우리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또 비가 내렸다. 빗물에 축축해진 잔디밭을 보며 부부가 된 우리는 말했다.

"우린 비를 몰고 다니나 봐!"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내가 회사를 옮기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못 만나지 않았을까...라고 말이다.




그녀가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훨씬 뛰어넘는 사랑의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먼저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 결혼 승낙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사를 드리러 간 날, 어머님께서는 그녀의 지병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알고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님께서는 그녀가 스트레스나 피곤함에 많이 취약하니 그것만 주의하면 정상인처럼 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처럼 쭉 살면, 아프지 않을 거라고 너무 걱정 마시라고 마음을 놓아드렸다.


그녀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리 집에도 인사를 드리러 갔다.

무뚝뚝한 우리 엄마가 그녀를 보고 활짝 웃는다. 나도 처음 본 미소이다.

엄마의 처음 보는 환한 미소를 보고 우리 가족들은 모두 '빵'터졌다. 우리 가족도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였다.


엄마가 절에 가셔서 스님에게 결혼하기 좋은 날을 받았다. 받아온 날짜 중에는 우리가 연애한 지 1년이 되는 날이 있었다. 우린 두말할 것도 없이 6월 13일로 결정했다.

특별한 웨딩을 하고 싶어 큰 정원이 있는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렸다.

그녀가 원하던 자유롭고 예쁜 야외 결혼식이었다. 친구들은 애완견도 데리고 오기도 했고 아이들은 잔디밭을 뛰어다니기도 하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니 그 아름다운 정원에 비가 내린다. 하객들은 결혼식이 끝나고 비가 와서 너무 다행이라고 하셨고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우린 비를 몰고 다니나 봐!"


그녀는 종종 이야기한다. 회사를 옮기 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다고.



<커요 미의 인사말>

안녕하세요. 저의 첫 연애 에세이 '이 남자의 유통기한은 무제한'의 마지막 글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6.13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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