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를 위해 벽에 화이트보드 칠판을 걸어놨다.
어떤 날은 그곳에 그림이 그려지고,
어떤 날은 맞춤법이 틀린 글자가 적혀 있고,
(요기까지는 첫째 딸아이 솜씨)
어떤 날은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다.
(요건 둘째 아들의 솜씨)
함께 저녁을 먹고 잠시 한숨 돌리는 시간.
딸아이가 보드마카를 들고 칠판 앞에 앉는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더니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 그린 얼굴 옆에는 이름을 적는다.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빠, 엄마, 아빠, 솔이(본인), 희성이(동생)
뭔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얼굴들.
가족들의 얼굴과 머리 모양 특징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이 신기했다.
찬찬히 보던 중.. 할머니 얼굴을 보며 아내와 나는 동시에 감탄했다.
"할머니 얼굴은 정말 똑같다~!"
둥근 얼굴에 파마머리, 웃는 눈 모양이 보자마자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 딸아이가 말했다.
"큰아빠 눈은 하트 모양이야~"
이 말을 듣고 그림을 보니 정말 큰아빠 눈이 하트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아이에게 물었다.
"왜 하트 모양이야?"
"큰아빠는 날 볼 때마다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거든~"
아...
큰아빠는 딸아이를 만나면 항상 달려와 안아주고, 예쁘다고 칭찬해준다.
그리고 매번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한 봉지씩 사준다.
그래서인지 낯선 남자를 무서워하는 아이도 큰아빠는 좋아한다.
'하트' 모양의 눈을 가진 큰아빠.
문득 내 눈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진다.
(그림에서는 그냥 평범한 눈이라 좀 아쉽다.)
오늘 저녁에 만나면 살짝 물어봐야겠다.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부디 상처 받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