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맞은 졸업, 얽히고 설키고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공동육아현장
지난 토요일.
큰 아이의 졸업식이 있었다.
공동육아 4년, 마을살이 8년동안 온갖 크고 작은 일은 다 겪어봤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졸업"이라는 행사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의 졸업가구는 한복을 입는다.
20년전 처음으로 공동육아가 개원하던 날부터 만들어진 전통이라고 한다.
나도 오랜만에 옷장에 넣어둔 한복을 꺼내입고, 큰아이도 작은 아이도 명절에나 볼 수 있는 한복단장을 했다.
집을 나서 어린이집으로 향하는데 정작 졸업을 맞는 큰 아이는 별생각이 없어 보이건만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떠다닌다. 처음 영차어린이집을 시작했던 그 날처럼 모든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는것도 같다.
아. 그렇다. 4년만에 졸업.
처음 영차어린이집에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가 문득 생각난다. 1년정도 다니던 부모교사협동조합어린이집이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문을 닫고, 울면서 폐원식을 한 후 불안한 마음으로 영차어린이집의 문을 두드렸다.
예민하고 울음이 긴 큰 아이는 처음에 적응기간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 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매일 아침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주저 앉았다.
정말이지 매일 아침을, 내 목덜미를 부여잡고 울음바람을 하던 아이가 적응 1년만에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던 날이 있었다. 우는 아이를 들여보내고 마음이 무거워 대문 앞을 서성이던 내가, 선뜻 선생님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바람같이 일터로 향하던 그런 하루하루들이 있었다.
아이는 조금씩 자라서 아침에 일어나 오늘이 어린이집을 가는 날인지를 묻고, 안가는 날을 더 아쉬워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졸업을 맞았다.
졸업식에는 우리방 부모들만 오는 것이 아니다. 공동육아의 졸업식은 모두의 행사라서 이른 아침부터 조합원들과아이들이 터전에 모였다. 코로나 19로 싱숭생숭한 이 시기에도 단 한가구도 빠짐없이 참석을 해주었다.
나는 우리 조합원들이 함께 모여 찍은 사진을 보면 매번 눈물이 날 것 같다. 크고 작은 일을 함께 겪으며 지내온 날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 큰 아이가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우리 남편 먹을 것이 걱정되어 반찬을 만들어 주던 나의 이웃들이 있다. 내가 아이 문제로 고민할 때 내 고민을 자신의 일처럼 알아봐주던 이모삼촌들이 있다.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하면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라고, 이쪽에서 다시 한번 같이 고민하자고 손을 내밀어 주던 좋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우리 가족 곁에 있었기에 "졸업"이라는 선물을 받은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졸업도 반쪽자리 졸업이라(아직 작은 아이가 다니고 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일들이 존재하겠지만, 졸업식을 무사히 마치고 되살이(졸업생들이 1년에 한번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날)를 기다리는 큰아이를 보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by. 앵두)
#공동육아 #졸업 #마을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