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자 J인 나는 늘 끊임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안심이 된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년의 계획이 꽉 짜여 있어야 안심이 된다. 여행을 갈 때도 시간 단위로 계획을 아주 꼼꼼하게 짜는 편이다. 물론 이를 지키는 것은 별개이지만 사전에 그런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안심이 되고 뭔가 개운함 비슷한 감정이 든다. 이런 내가 나이 오십도 안 되어 퇴사를 했다는 것은 매우 놀랄 일이다. 퇴사를 할 때까지 약 20년의 사회 생활 동안 단 한 번의 틈바구니도 허용하지 않았었다. 직장을 옮길 때도 오늘 퇴사하고 내일 바로 다른 회사로 출근을 하는 식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끊임 없이 계속 해오며 살았다.
퇴사를 했어도 나의 계획 짜기 본능과 무언가를 계속하기 본능은 계속 돌아간다. 투자 및 사업 공부, 글쓰기, 글읽기, 물건 검색, 산책, 사람 만나기 등으로 하루가 꽤 촘촘히 돌아간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아 내가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면에서 충만함 같은 게 올라온다. 농담처럼 백수가 과로사 하겠다 라고 아내에게 실없는 얘기도 하곤 한다. 근데 백수가 이렇게 바쁜 게 과연 맞는 일일까~ 바쁜 게 잘 살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사실 백수이지만 어디 가서는 '부동산 전업투자자'라고 또 얘기를 하고 다니니, 부동산을 투자하는 일에도 쉼이 없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계속 뭔가를 사고 계속 뭔가를 팔아야 할 것 같다. 근데 부동산이 한두푼도 아니고 계속 사고파는 행위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뭔가를 사고 싶어도 돈이 없고 뭔가를 팔고 싶어도 내 마음처럼 쉽게 팔리지 않는다. 여기에서 나는 심적 괴로움에 빠진다. 투자자로서 계속 투자라는 행위를 하여야 하는데 못 하고 있으니 오십년 가까이 살아온 내 본능이 스스로 나를 괴롭힌다.
그런데 말이다, 모든 투자가 다 그렇지만 투자는 '물건'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시간'에 투자하는 것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 번 사놓고 한동안 잊고 살다가 나중에 문득 생각나 살펴보면 깜짝 놀랄 만큼 크기가 불어나 있는 경우가 있다. 단 우량한 물건을 샀을 경우에 그럴 것이다. 그러고 보면 투자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원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무언가를 끊임 없이 계속 하려고 하는 내 안의 본능을 이겨내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투자라는 것을 되새기며 내 안의 본능을 잘 달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은 여유로운 백수가 되어도 될 것 같다. 오십년 가까이 달려오기만 했던 삶,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가끔 멍도 때리고 가끔 공상에도 빠지며 삶의 '틈'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P까지는 못 되더라도 대문자 J를 소문자 j로 바꿔 보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한다. 아 근데 이것도 뭔가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