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신은 죽었다" 이면에 숨겨진 진실
“신은 죽었다.” 아마 니체의 가장 유명한 경구일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문구 자체에만 집중하고, 니체가 그렇게 말한 본문 전체에선 무어라 말했는지는 잘 모른다. 신은 죽었다는 말이 나온 단락에서 그 배경을 조금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신을 죽여버렸다—너희와 내가! 우리는 모두 신을 죽인 자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을 행하였단 말인가? […] 우리는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우리는 끝없는 허무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아직도 사토장이들이 신을 땅에 묻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아직도 신이 부패해 가는 냄새가 나지 않는가? 신 또한 부패한다.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채로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여버렸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할 것인가?
(『즐거운 학문』)
우리는 여기서 신을 죽인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우리는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끝없는 허무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위로할 것인가?"). 신은 곧 절대 가치를 의미하며, 그것의 부재는 세상 어디에도 마음 편히 기댈 곳은 없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허무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왜 종교에 심취하고 더 나아가 때로는 순교도 불사하는지 설명해준다. 종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절대 가치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 안정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안정감의 힘은 실로 압도적이다. 어쩌면 종교적 목적을 위해 자의로 사지(死地)에 뛰어든 이들은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순간에서도 마음 한편에선 편안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들은 절대 가치가 선사하는 강력한 힘으로 말미암아 일말의 허무함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말해 어떤 절대 가치를 온 마음을 다해 믿는 이들이 때론 진심으로 부럽다. 나도 그들처럼 삶을 안정감 있게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