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길을 가는 고귀함과 군중 속에 매몰되는 비천함에 관하여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 스피노자 『에티카』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가 평생 사색한 결론이 이와 같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하지만 확실히 세상엔 고귀하지 못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 없이 그저 군중 속에 자신을 의탁한다. 그러다 결국 차마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원망과 통한 속에서 죽어간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조금만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비천함에 찌든 이들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니체가 말했듯,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깊은 고뇌인데 [1], 깊이 고뇌하는 일만큼 귀찮고 힘든 일도 없어, 그것을 하지 않는 이들이 세상에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질문은, 그동안 인류 역사 속 고귀한 이들은 이를 도대체 어떻게 견뎌왔느냐는 것이다. 비천함은 전염병처럼 전파력이 강하지만, 고귀함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귀함이 비천함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비천함이 때로는 나의 마음마저 아려오게 한다. 그들이 자신의 비천함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동고(同苦)의 감정을 느끼곤 한다. 측은지심? 동정? 공감? 연민? 무엇 때문에 나는 이럴까?
그래서 내 나름으로 소위 어른으로 불리는 이들이나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을 살펴보며 내린 해결책은, 바로 이 모든 사실에 무뎌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 살아생전에 개선될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으니(왜냐하면 인류 역사는 언제나 이런 비천함과 함께했으니까),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직 나의 마음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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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을 넘어서」, 『선악을 넘어서/우상의 황혼/이 사람을 보라』, 강두식 곽복록 옮김, 동서문화사, 2017, 184쪽, “깊은 고뇌는 인간을 고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