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축이 뒤틀리다
*해당 글은 웹 패션 매거진 온큐레이션에 기고한 글입니다.
스타벅스의 연례행사 중 하나인 여름 e프리퀀시 선물이 5월 공개되었다. 선물은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helinox)와 컬래버레이션한 사이드 테이블, 팬엔 플레이트였다. 행사 첫날 오전에는 스타벅스 공식 앱 서버가 마비되었으며, 해당 제품을 교환하기 위한 프리퀀시를 웃돈 주고 거래하는 등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스타벅스에게 화제성뿐만 아니라 신뢰성 회복이라는 성과도 가져다주었다. 지난해 여름 e프리퀀시 발암물질 이슈로 전량 리콜,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되며 추락한 스타벅스가 이번 헬리녹스 협업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일부 되찾았기 때문이다. 반면 헬리녹스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다소 침체한 브랜드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두 브랜드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간의 컬래버레이션은 서로가 갖지 못한 이미지를 공유함으로써 소비자층을 확대할 수 있으며, 한정된 수량으로 출시하기에 짧은 기간 내 화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곰표맥주가 대성공을 거두며 이후부터 수많은 브랜드가 마케팅 성공 방정식처럼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과연 컬래버레이션은 매출을 견인하는 만병통치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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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229%, 헬리녹스가 국내 브랜드 최초로 2016년 슈프림(@supremenewyork)과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인 이후 보여준 매출 성장액과 성장률이다. 헬리녹스는 자사의 대표 상품인 체어원을 2012년에 출시한 후 컬래버레이션 이전인 2015년, 62억의 매출을 달성하며 캠핑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를 눈여겨보던 슈프림이 먼저 헬리녹스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헬리녹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헬리녹스는 최초로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BTS와도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즉 헬리녹스는 슈프림과의 컬래버레이션 이후 세계적인 명성과 2,000억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얻게 된 것이다.
헬리녹스 성공에 크게 기여했던 슈프림은 여러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성공을 거둔 브랜드다. 슈프림은 1996년 반스(Vans)와의 첫 협업 이후 패션, 식품, 공산품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매년 평균 10~15개, 지금까지 무려 700개가 넘는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이런 공격적인 협업 전략을 기반으로 슈프림은 2022년 1조 1,3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 최고 가치를 지닌 스트릿 패션 브랜드로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슈프림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매출 예상치에 10%나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감소라고 보기에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지 못하다. 10년여간 유지했던 세계적인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브랜드 1위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출시하자마자 품절되던 드롭 데이에 대한 반응도 매우 저조하다.
요즘 슈프림의 옷은 출시된 지 며칠이 지나도 구할 수 있다. 월요일 오후 기준으로 지난 목요일에 드롭한 55개 제품 중 53개 제품이 아직 재고로 남아있었다.
WSJ, Is Supreme Still Cool? (2023.05.09)
역설적이게도, 슈프림을 무너뜨린 것은 컬래버레이션이다. 패션 업계에 충격을 선사한 2017년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협업 이후 슈프림은 명품 브랜드와 더욱 공격적으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슈프림의 이와 같은 행보는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인 스트릿 문화에 반하는 방향이었고, 너무 많은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는 소비자들에게 흥미와 참신함을 선사하지 못했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슈프림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한때 범접할 수 없었던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 지배력은 팔라스(Palace)에 의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highsnobiety, SUPREME IS DEAD, LONG LIVE SUPREME, (2023,03,28)
게다가 컬래버레이션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양산형 제품들이 쏟아지며 각 브랜드의 개성을 살려주는 기법이었던 컬래버레이션의 의미가 퇴색된 결과이다. 소비자들이 슈프림과 곰표맥주 컬래버레이션에 주목하던 이유는 이러한 협업이 브랜드 고유한 정체성을 색다르게 보여주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출시된 제품을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구찌와 아디다스의 컬래버레이션 흥행 실패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출시 전에는 구찌다스라는 별칭도 달리며 큰 기대를 받았으나 출시 후 판매율이 매우 저조했으며, 화제성도 끌어내지 못하며 소비자들의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가격,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양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조화롭게 보여주지 못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 간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각 브랜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외면받기 마련.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Hype을 이끌던 시대가 끝난 지금,
브랜드들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해당 글은 온큐레이션에 기고된 글입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은 온큐레이션 홈페이지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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