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에 맞는 것들을 추천하는 알고리즘, 사실 우리를 망치고 있다?
너 플레이리스트는 진짜 힙합만 가득하다.
최근에 차를 타고 가는데 옆에 탄 친구가 불쑥 저에게 이 말을 건네었어요. 그 순간, 예전에는 다양한 장르를 좋아했는데 어쩌다 힙합만 듣게 됐지?라는 의문이 들어서 뮤직앱을 들어가 봤습니다.
제가 플레이리스트에 새로운 노래를 추가하는 경로는 보통 맞춤믹스입니다. 맞춤믹스는 제가 즐겨 듣는 아티스트 혹은 장르에서 제가 안 들어봤던 노래를 추천해주죠. 그러다 보니 과거에 힙합에 한번 깊게 꽂힌이후로 "알고리즘"이 계속 힙합만 추천해줬던 것 같아요. 3일 전에 노래방을 갔는데 노래방 1위 발라드곡을 아예 들어본 적도 없어서 놀란 기억도 나네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사실, 저는 과거에 힙합을 싫어했어요. 래퍼들의 너무 센 이미지에 거부감이 강했습니다. 그런 제가 힙합에 빠지게 된 계기는 저랑 음악 취향이 완전히 다른 친구가 반강제로 힙합을 들려줬을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싫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제가 선입견으로 보지 못했던 힙합의 색다른 면을 알게 되며 빠져들었고, 지금은 플레이리스트의 80%가 힙합이 됐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반대되는 것들로부터 다양한 것들을 얻으며 시야를 넓히고 몰랐던 또 다른 나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취향에 맞는 것만을 선별하는 알고리즘의 추천 콘텐츠를 주로 즐기고 있죠. (힙합'만' 가득해진 제 플레이리스트처럼..)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주는 알고리즘.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좋은' 것들을 추천해주는 것이 맞을까요?
알고리즘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함께 알아보시죠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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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전체 시청 시간의 70%는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다.
유튜브 최고 상품 담당자(CPO) 닐 모한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힌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유튜브에서 검색을 통해 영상을 보기보다 추천 알고리즘이 홈 화면에 큐레이션 해놓은 영상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영상들을 보다 보면 조금씩은 다르지만 큰 틀은 유사한 영상들이 추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아무런 생각 없이 요리 유튜브를 한 3,4번 클릭하면 제 유튜브는 어느새 Olive(요리 전문채널)가 되어있습니다. 이런 Olive화에서 벗어나려면 제가 다른 영상을 검색하거나, 추천 제일 아래에 있는 아예 다른 카테고리의 영상을 눌러야만 하죠. 하지만, 이런 과정은 꽤나 귀찮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범위 내에서 콘텐츠를 즐기게 되죠.
그런데 사실, 이 알고리즘은 우리를 좁은 세계에 가두고 있습니다.
2020년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신유진씨는 추천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 상태의 계정 2개를 개설해 일주일간 각 계정을 보수와 진보 성향으로 훈련시켰죠. 분석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계정에선 보수 성향의 영상이, 진보 계정에선 진보 성향의 영상이 추천되는 것이 확인되었어요.
이렇듯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다양한 것을 보여주기보다 현재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정보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반복되며 우리는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정보 안에 갇히게 되는 '필터 버블'현상에 빠지게 되죠. 갈 수도 없는 우주를 집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넘쳐흐르는 시대에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한정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우리를 가두고 있는 알고리즘은 '좋은' 것들만 보여줄까요?
메타(페이스북&인스타), 유튜브(구글)는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자, 알고리즘 최고 권위자들이 모인 곳이죠. 이들의 핵심 수입원은 "광고"입니다. 메타의 경우에는 수익의 무려 97%가 광고수익이고, 유튜브(구글)는 수익의 80%가 광고수익이죠. 그렇다면 우리에게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주는 이들의 알고리즘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요?
무조건 '광고수익 극대화'입니다.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누를법한 영상 혹은 포스팅을 보여주는 이유는 누를 때마다 광고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체류시간'(앱 혹은 서비스 내에 머무는 시간)과 '적합한 광고'일 뿐 다른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그 사람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지금까지의' 관심사와 맞지 않기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을 넓히는 건 기존 관심사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들입니다.
센 음악이어서 싫어했던 힙합이 어느새 제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운 것처럼, 첫 6개월 동안 매우 싫어했지만 이후 재미를 느껴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로 올라선 "이세돌"처럼, 우리의 취향 혹은 잠재력은 새로움에서 나타날 수 있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의 취향, 잠재력은 어쩌면 '알고리즘'이 강제하는 추천 콘텐츠에 묶여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고리즘이 편하게 제공해주는 취향 저격 콘텐츠, 정말 당신의 취향일까요?
알고리즘의 편향된 정보제공으로 발생하는 '필터버블'에 대해 해외역시 매우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몇몇 기업들은 이런 알고리즘에 맞선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영상링크: https://youtu.be/r_kE4AKtrT8
프랑스 문화 소매업체 FNAC은 우리가 읽고, 보고 듣는 것의 80%가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어요. 이로 인해 우리의 문화적 선택이 '제한'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바꾸고자 했죠.
그래서 FNAC은 사용자의 취향과 정반대 되는 것들을 매칭 해주는 'Unrecommended by Algorithm' 알고리즘을 만들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완벽히 반대되는 책, CD, 영화를 추천함으로써 우리의 문화적 시야를 넓혀줍니다.
"Algorithms never fail us but also rarely surprise us"
("알고리즘은 결코 우리를 실패하게 만들지 않지만,
우리를 놀라게 만들지도 못한다.") - FNAC 캠페인 中
'Read Across The Aisle'은 20개의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받아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예요. 해당 서비스는 언론사별 정치 스펙트럼(좌성향, 우성향 - 퓨리서치 조사) 수치를 기준으로, 구독자가 어느 성향의 언론사 뉴스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를 측정합니다.
독자가 너무 한쪽 성향의 언론사 뉴스만 읽는 경우 사진과 같이 '버블에서 벗어나기' 경고창이 나오며 반대 성향의 언론사 뉴스를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구독자에게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읽게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ㅜㅜ 안타깝게도 수익화가 어려웠던 것일까요? 현재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차원의 캠페인들도 좋지만, 우리 스스로도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찾을 필요가 있겠죠? 저 빌보의 방법을 참고하셔서 몰랐던 또 다른 나를 찾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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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온 영상 6개 모두 본 적이 없는데 조회수가 엄청나네요.. 저도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러 가보겠습니다!
최소 1달에 1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해봤던 거 도전해보기
저는 이번 여름휴가 때 한 번도 안 해본 서핑에 도전해봤어요! 한 번도 안 해본 운동이다 보니까 엄청 잘하진 못했지만 나중에 다른 곳 여행 갔을 때 서핑을 할 수 있을 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얻었네요 ㅋㅋㅋㅋㅋㅋ 제 일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 풍경도 볼 수 있어서 시야가 넓어지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한 번도 안 해본 경험을 하는 것도 필터버블을 벗어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매달 이렇게 큰돈이 드는 경험을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제 이번 달 색다른 경험은 편의점에서 안 먹어본 과자 먹어보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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