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루푸스 환자의 무의식 정화 이야기_ 죄책감
임신 출산 후, 나의 몸은 예전 같지 않다. 무릎 위쪽이 부었고, 한번씩 감기나 배탈이 생기는 때에 루푸스 약과 같이 먹으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듯 했다. 한번은 새벽에 잠이 도통 오지 않았는데, 도저히 발이 부어 일어날 수 조차 없어서 엉덩이로 거실을 가로질러 다른 방으로 기어갔다.
병원에서는 항암약을 처방해주었다. 찾아보니 많은 부작용을 수반하는 것 같아서 의사에게 '그 약은 안 먹으면 안될까요...? 제가 ... 병력도 있고...'라며 설득해서 겨우 전에 먹던 면역억제제만 먹고 있다. 다행히 하루에 30분 정도 걸으면 큰 무리가 없었다.
아이는 어느 덧 16개월이 되었다. 아침부터 잠에 들기까지 칭얼거리곤 한다. 깨어있는 동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있는데, 지금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순간에도 그 조그마한 아이가 잡아주던 손의 느낌이 얼마나 따뜻하게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불안증으로 아이를 낳을까 말까 수도없이 고민했고, 심지어 아이가 생긴 순간에도 양가감정이 존재했다. 내 안에 깊은 불안증으로 인해 아이가 나의 마음을 알고 겁내 할까봐 미안하다고 수도없이 말하기도 했고, 나의 마음은 그리 기쁘지 않기도 했다. 출산 후 몸이 더 안 좋아졌을 때에는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올라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 대기도 했다. 이 모든 건 내가 완전히 이겨내지 못한 불안증으로 인한 것이라며 태어나서 부터 환영받지 못했던 나의 태아 때와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운명이 가혹하다 여겨졌다. 루푸스라는 병이 감기나 배탈과 합병증으로 오면 정말 죽을 것 처럼 아프곤 했다. 영적 세계에 관심이 많은 나는 전생상담을 받으러 갔다. 몇 년 전에 예약했는데, 비로소 연락이 온 것이다.
박진여 전생연구가 선생님을 만났는데, 나는 중국의 권력가로 권력을 휘둘렀던 적도 있고, 프랑스인으로 시민혁명에 참여한 적도 있고, 731부대에서 마루타 실험을 도왔던 군인이었던 적이 있어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갖고 있는 질병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이 아픈 몸을 갖고 사는 것 만으로도 영적정화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전생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 안에 뿌리깊은 죄책감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상처받은 아이는 '내 잘못이다'라고 여기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죄책감이 생기는데, 나도 그랬다. 유년기 시절의 소아우울증, 선택적 함구증으로 평생토록 죽고싶다던 나는 수도없이 부모를 원망했다. 내게 호오포노포노가 될 리가 없었다.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내가 미안할게 뭐가 있나...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심리학을 접한 후, 이 모든 게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이니 내 상처를 돌아보며 부모 탓을 하고 내 탓이 아니라 소리질렀다. 그렇게 상처를 느껴주고, 나는 실제로 통증이 없어지기도 했다. 증상이 너무 좋아져서 약을 안 먹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뿌리 깊은 불안은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지만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다. 아이를 낳을 까 말까 수도없이 고민했다. 지금 남편과 헤어질까 말까를 수도 없이 고민했다. 뿌리 깊은 불안과 의존성.. 그간 많은 명상과 수행으로 극복했다고 여겼는데, 여전히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마음은 그저 불안하기만 했고, 그저 운명에 순응하듯 흐름에 맡겨버렸다. 그리고 결국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병세는 더 악화되었다. 이 전보다는 더 깊이 있는 무의식정화가 필요했다. 단순히 심리학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현 생애에만 국한된 '비움' 이상이 필요했다.
전생 이야기를 듣고나니. 내 마음 속에서는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용서받지 못할 자..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 자...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정말 악한 자..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던 악한 자.. 배려심도 없고, 양심도 없는 살 가치도 없는 자.." 라며 내면 깊숙히 자리잢은 죄책감을 느껴주게 되었다.
감정을 느끼는 건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나도 그래서 각잡고 해야 한다. 느낄 시간이 있어야 하고 공간이 있어야 한다. 겨우 아이가 16개월이 되어 어린이집에 가고 나니 비로소 이렇게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다.
그리도 다시 108배를 시작했다. 앉아서 명상을 하다가 도저히 죄스러운 마음을 어쩔 수 없어서 108배를 했다. 무릎이 좋지 않아서 배게와 패드에 무릎을 두게 하고, 엉거주춤하지만... 결국 했다. 108배를 세는게 어려워 15분 싱잉볼에 맞춰 15분 간 했으니 빨리 절을 했다면 108배를 더 한 셈이다.
이렇게라도 내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잡은 감정, 죄책감을 마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깊이 느껴주어 다행이다. 이번 생을 사는 동안 이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조금씩 나도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전생에 나로 인해 고통 받은 영혼들이 위로를 받는다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이 감정을 마주하게 되어 다행이다.
p.s
글을 쓴 당일- 잘 되던 안전벨트가 안됨
이틀 뒤 - 안 팔리던 물건이 팔려 (빽붓) 수익을 얻음, 동시에 필요한 물건을 가까이에서 쉽게 구함(아기 수영복, 물총)(수영복을 파신 분은 티까지 넣어서 가져다 주셨다..
뜬금없이 수치심이드는 생각이 늘 올라왔었는데, 왠일인지 무한한 마음 속 어딘가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you deserve it”
절은 못하고 미용고사만 되뇌이는데 토요일- 신호발이 잘 맞는거 같았다
휴가인 월, 화 연휴때 남편과 싸움없이 넘어감.. 그러나 여전히 남편은 힘든 것 같다.. 휴가때 출근..
휴가 일주일 +1 지나서 다시 108배+ 30분 정도 명상을 했다.. 내 마음 속에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 짜증, 시부모님을 향한 원망이 있다.. (왜 유일하게 손주가 있는 우리 집에게 재산을 다 물려주지 않느냐고, 자식도 없는 형님네랑 시누이네랑은 왜 재산을 물려주느냐고 공무원 대기업 다니면 중소기업에 투잡하는 우리 남편이 너무 힘들다며 마음 속의 울분을 느껴주었다.. 우리에게 다 주는게 맞다고 내 마음에서는 그게 맞고 어머니는 틀리다고 하는 생각이 자리잡혀 있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발견..)
8월 5일 - 내 무의식에 ‘울상’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