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계에 대하여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설계하는 일이다.
대기업에서 브랜드 기획을 할 때, 나는 늘 논리로 설득하려 했다.
'시장조사, 경쟁사 분석, 포지셔닝 맵, 소비자 인사이트'
모든 것을 표와 문장으로 정리하면 브랜드가 완성될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은 데이터를 기억하지 않는다. 사람은 느낌을 기억한다.
‘좋았다’는 기억은 숫자보다 오래 남고, ‘편안했다’는 인상은 기능보다 깊이 각인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좋은 브랜드는 철저히 감정의 구조 위에 세워진다.
그 구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속에서 ‘이 브랜드는 나를 이해한다’는 신뢰를 만든다.
한때 나는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문장을 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단 한 장의 이미지, 혹은 한 문장의 진심이 더 큰 반응을 만든다는 걸 알았다.
사람은 메시지가 아니라 감정에 반응한다.
‘이 브랜드는 나랑 맞아’라는 감정이 생기면,그때부터 모든 논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사람의 마음속에 구조를 짓는 일이다.
감정이 진입하는 입구, 공감이 머무는 거실, 그리고 신뢰가 쌓이는 벽체를 설계하는 일이다.
기획자는 그 공간의 건축가다. 브랜드를 감정의 구조로 바라보면 모든 결정이 달라진다.
톤앤매너, 디자인, 메시지 하나까지 사람의 감정 곡선을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늘 ‘논리의 언어’로 시작하지만, ‘감정의 언어’로 완성된다.
나는 여전히 브랜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지만, 결국 내가 궁금한 건 하나다.
'이 브랜드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정의 자리를 차지하는가.'
결국 브랜드는 사람이 만든 이야기이자,
사람이 머무는 감정의 집이다.
그 집이 따뜻하면,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