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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사람을 해석하는 일이다

변화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다

by Billy

기획자로 일하다 보면 ‘요즘 트렌드가 뭐예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질문에는 늘 두 가지 의도가 섞여 있다.

“지금 사람들이 뭐에 반응하나요?”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어떻게 맞춰야 하죠?”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대답을 망설인다.
트렌드는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지겨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오래된 방식에 피로를 느끼고, 익숙함 속에서 의미를 잃을 때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다.


그러니까 트렌드를 읽는 일은

‘무엇이 뜨고 있다’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무엇에 지쳤는가’를 관찰하는 일이다.


데이터는 늘 정직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예고 없이 변한다.

검색어가 줄고, 댓글이 달리지 않고, 콘텐츠에 반응이 식어갈 때,
그건 유행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이 식었다는 신호다.


기획자는 감정의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해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공기의 온도로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부분, 그 침묵의 결에 변화의 단서가 숨어 있다.


트렌드는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지만, 그 시작은 늘 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어떤 불편, 어떤 피로, 어떤 작은 결핍이 다음 흐름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나는 트렌드를 해석할 때 항상 ‘사람의 문장’을 먼저 본다.
그들이 어떤 말을 반복하는지, 어떤 단어를 더 이상 쓰지 않는지를 살핀다.

트렌드는 그 언어의 이동 속에서 조용히 움직인다.

결국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숫자와 그래프 속에서 인간을 다시 찾는 일이다.

기획자의 일은 새로운 걸 예측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변화를 감각하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늘 같은 자리에서 출발한다.
트렌드를 이해한다는 건 결국 인간의 욕망과 피로, 그 반복을 이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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