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기 전에는 아무도 자신의 고도를 모른다
삶은 계단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오르다 보면 지칠 수 있다.
그럴 땐 잠시 쉬면 된다.
쉬었다는 이유로
다시 오르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시 계단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위를 바라본다.
저기 멀리,
끝이 보이지 않는 곳.
그 까마득함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워지지만
결국 우리는 또 오른다.
올라가는 동안
비가 올 수도 있고
바람이 불 수도 있다.
어떤 날은 미끄러지고,
어떤 날은 멈춰서기도 한다.
그래도 올라야 한다.
내 삶의 높이는
누가 대신 올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계단은 우리에게
속도를 묻지 않는다.
오르는 방식도 묻지 않는다.
단지 한 계단이라도
위로 향하고 있는가,
그것만 확인할 뿐이다.
어느 정도 높이에 도달했을 때
처음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동안 쉼 없이 밟아온 계단들이
고요한 층위처럼 펼쳐진다.
그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지쳐서 멈췄던 날들,
포기하고 싶었던 구간들,
바람에 흔들리던 순간들까지
모두가 나의 고도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위대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걸었기 때문에
우리가 몰랐던 것뿐이다.
삶의 계단은 느리게 올라야
풍경이 남고,
멈춰서야
숨이 돌아오고,
돌아봐야
내가 걸어온 길의 깊이가 보인다.
결국 우리는
오르고, 쉬고, 다시 오르는 일을 반복하며
조금씩 높은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