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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지는 실에도
우리는 다시 손을 뻗는다

인간은 결국, 연결을 포기하지 못하는 존재다

by Billy

실처럼 연결된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은
아주 얇아 보이지만
의외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가까워 보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오래 보지 않아도
그 실은 느슨하게 이어져 있다.


사회라는 거대한 틀은
사람과 사람을 얇은 결로 묶어두고
우리는 그 안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실을 잘라야 하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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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더는 감당되지 않을 때,
나를 소모하는 연결이 되었을 때,
혹은 서로에게 필요한 거리가 마련돼야 할 때.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우리가 자르기도 전에
실이 먼저 끊어지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이별,
어떤 방향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흐름,
흐릿하게 사라지는 인연의 그림자.


시간은 종종
우리가 하지 못한 결정을 대신해 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끊어진 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다시 그 실타래를 손에 쥐려 한다는 것.
잡지 말아야 할 때도,
잡아도 다시 끊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건 아마
사람이라는 존재가
근본적으로 ‘연결’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회적 생명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혼자 있어도
누군가를 떠올리고,
끊어낸 관계에서도
한때의 온기를 기억한다.


끊어진 실은 아프지만,
그 실을 잡았던 순간들은
우리 마음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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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잘리고, 끊기고, 풀어지고,
또다시 이어지는 실들 사이에서 살아간다.

실처럼 얇지만
그 얇음 속에
온갖 감정과 기억과 의미가 섞여 있다.


그래서 실이 끊어져도
우리는 다시 손을 뻗는다.


잇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연결이 한때 나였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람은 결국
연결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다.
끊어지기도 하고
다시 이어지기도 하는 그 사이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조금씩 고독해지며
조금씩 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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