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함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자기 보존’이 있다
거미는 쉼 없이
자신의 거미줄을 친다.
누군가에게는
그 모습이 ‘사냥의 준비’처럼 보일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먹잇감을 기다리는
노골적이고 날카로운 움직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미에게
거미줄은 단순한 사냥 도구가 아니다.
그건 집이고,
쉴 곳이며,
세상을 버티게 하는 구조물이다.
거미는 공격하기 위해
거미줄을 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거미줄을 친다.
그저 자기 삶을 지키는 방식일 뿐이다.
우리 인간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을 보고
“야망이 크다”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끝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욕심이 많다”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치열함은 누군가를
넘어서는 힘이 아니다.
그저 무너지지 않기 위한 버티기다.
삶이라는 긴 바람 속에서
흩어지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
살아 보겠다는 몸부림,
조금이라도 안전한 발판을
만들려는 필사적인 노력.
우리는 그걸 ‘야망’이라 부르지만
사실 그건 ‘자기 보존’이라는
더 조용한 이름을 가진다.
사람마다 치는 거미줄의 모양은 다르다.
어떤 이는 일로,
어떤 이는 관계로,
어떤 이는 글과 생각으로
자신만의 구조물을 쌓아 올린다.
누군가에게는
그 모습이 집착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게 무너지지 않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거미줄은 바람에 흔들려도
거미는 다시 그 자리에 실을 잇는다.
찢어져도 다시 치고,
부서져도 다시 만든다.
그 집을 포기하면
자신도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삶에 찢긴 자리마다
다시 실을 걸고,
다시 결을 잇고,
다시 구조를 만든다.
누군가는 사냥을 준비한다고 보겠지만
우리는 모두
그저 자기 삶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거미줄을 치며 사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