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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만이 관계를 지킨다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가장 지적인 선택이다

by Billy

상처받는 순간
사람은 반응하고 싶어진다.



설명하고 싶고, 따지고 싶고,
지금 느낀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관계에서
가장 많은 후회는
이 즉각적인 반응에서 시작된다.


상처 직후의 감정은
정확하지 않다.
감정은 과열되어 있고,
해석은 단선적이며,
말은 상대가 아니라
내 불안을 향해 튀어나온다.


그래서 즉각 반응은
대부분 관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상처를 증폭시킨다.


말은 정확했을지 몰라도
타이밍은 틀렸고,
의도는 진심이었을지 몰라도
온도는 지나치게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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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틈은
이 순간 벌어진다.
상대는 문제를 인식하기도 전에
방어하게 되고,
나는 이해받지 못했다는 감정만
더 크게 남긴다.


‘바로 반응하지 않는 기술’은
이 지점에서 필요해진다.

이건 참는 기술이 아니다.
무시하는 태도도 아니다.
반응을 늦추는 선택이다.


감정을 느끼되
그 감정이 말이 되기 전까지
조금 기다리는 능력.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이
문제의 핵심인지,
아니면 감정의 잔향인지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한 박자를 늦추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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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흔적은
즉각 반응할수록 깊어진다.
반대로
반응을 늦출수록
감정은 정리되고
말은 방향을 찾는다.

사람의 온도도
이때 달라진다.


상처받은 직후의 말은
관계를 얼리거나 태우지만,
조금 가라앉은 뒤의 말은
관계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지연된 반응은
관계를 지키기 위한
지적 행위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관계 전체를 바라보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람은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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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말하면
속은 시원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남는 건
관계의 균열일 가능성이 크다.

반응을 늦춘다는 건
상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일이다.


이 감정이
지금 꺼내야 할 감정인지,
아니면 정리된 후
전달해야 할 감정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관계는
감정의 진실로 유지되지 않는다.
감정을 다루는 태도로 유지된다.


바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은
관계를 한 번 더 살리는 쪽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한 박자의 여유가
관계를 망치지 않고
관계를 이어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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