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오늘, 오늘도 함께
긴 시간 동안 나는 늘 혼자라 생각했다. 인생의 각 순간에서 나를 돌아보면, 내 곁엔 누구도 없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참 많았다. 사람들은 늘 어디론가 떠나가고, 남겨진 내게는 외로움과 고독 뿐이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도 항상 혼자였다. 부모님은 바쁘게 일하시고, 동생들도 각자 자신의 삶을 살기 바빴다. 사방의 벽이 나를 자꾸 구석으로 모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따뜻함을 찾기 어려웠다. 지독한 외로움으로 나는 늘 밖으로 겉돌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늘 새로움에 취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만 혼자가 아닌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그 고요함에 또 우울해졌다. 항상 주변엔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늘 혼자인 것만 같았다. 난 늘 혼자였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이 고독감이 배로 심해졌다. 약속이 점점 줄어들고, 몇 없던 연락도 결국 끊겼다. 연락해서 만날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비참했다. 친구들에 비해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낳은 편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꼈다.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 친구들이 미웠다. 혼자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닫기 시작했다. 내가 의지하고 하소연할 수 있는 사람도,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사람도 내 곁엔 없었다. 그저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고 똑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근데... 어쩌면 나는 혼자가 아닐지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나의 행복과 슬픔, 그리고 모든 순간을 함께 나눈 누군가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귤을 까먹었던 할아버지가 계셨고, 마당에는 꼬리를 흔들며 나를 기다리는 강아지 해피가 있었다. 쉬는 날엔 놀아주시는 엄마아빠도 계셨고, 매일 싸웠지만 소중한 내 동생들도 함께였다. 연락하지 않아도 놀이터로 몰려드는 코흘리개 친구들이 있었고, 늘 나를 챙겨주는 사촌 언니오빠도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 울고 울어주던 단짝 친구도 있었다. 항상 고마운 남편도, 내 삶의 이유인 나의 사랑스러운 두 딸들도, 물리적으로 함께 하진 않았지만 안부를 묻고 위로를 해주는 사이버 공간의 친구들도 있었다.
나의 가족, 친구, 애인, 이웃, 이름 모를 행인... 그들이 내 곁에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도 가끔 세상에 나 혼자 툭 하고 떨어져 있는 것만 같은 외로운 순간들을 만나곤 한다. 그래도 늘 항상 내 곁에서 그 시간들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는 혼자가 아니다. 단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세상 모든 사람이 있기에 나의 수많은 오늘이 만들어졌기에.
언제나 함께하는 나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감사함을 담아본다.
스무 번째 오늘, 끝.
• 오늘의 질문일기 •
Q1. 함께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Q2. 고마운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