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오늘, 삶의 전환
어릴 적에 난 책을 참 좋아하는 아이였다. 다독상을 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그냥 책이 좋아서 많이 읽었다. 초등학교 교실 한편에 책 읽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곳이 내 아지트였다. 거기에는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들이 가득 있었다. 책을 읽으며 웃기도, 울기도 했다. 그런데 학년을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점점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학업에 대한 압박으로 하루하루가 바쁘게 흘러가고, 숙제와 시험이 끊김 없이 파도처럼 계속 몰려왔다. 점점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를 안 한다고 혼이 났다. 대학생 때는 분명 시간적 여유가 많았음에도 읽지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보다 폰을 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니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긴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읽기 위해서 나에게 필요한 집중력이 너무 부족했다. 일 년에 읽는 권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게 되었다. 솔직히 책을 읽지 않아도 문제 되는 건 없었다. 책을 안 읽었다고 죽는 것은 아니니까.
책을 다시 구매하게 된 것은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다. 육아정보를 알아보고 이유식 만드는 법을 공부하기 위해 책을 샀다. 다들 그러길래 나도 따라 샀다. 하지만 육아에 지친 나머지 제대로 읽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그 시절에도 소셜 미디어도 하고, 드라마도 보고, 쇼핑도 하고 할 건 다 했다. 그저 핑계일 뿐이었다. 아이가 잘 때의 그 꿀 같은 휴식 시간에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의 화려한 빛에 끌려다녔다.
"독서모임 같이 하지 않을래요?"
정말 우연한 기회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인생을 180도 달라졌다. 2023년 5월은 내가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달임과 동시에 새로운 나로 거듭난 달이기도 하다. 읽은 책이 한 권씩 쌓여갈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5월에 읽은 책 한 권이 점점 번식하더니 연말에는 스물아홉 권이 되었다. 나에겐 엄청난 변화였다.
책은 어느새 내 휴식이 되었다. 매일 내 시간을 책과 함께한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상황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동시에 일상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바라보고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속에 빠져들어 여러 감정을 겪고, 다양한 상황과 마주하면서 나의 부정적인 마음들이 점차 해소되었다. 책은 나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왜 이 문장이 내 눈에 들어오는지, 이런 상황에서 나였더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 자신과 함께 나누었다.
책을 읽은 느낌을 나만의 세계에 담아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이나 감동을 주변에 나누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거나 인스타그램에 나만의 독서기록을 공유했다. 그리고 내가 리더가 되어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책을 읽는 활동이 단순한 지식 섭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공유의 장이 되었다. 예전에는 나눈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누면 그만큼 나의 것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눔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리고 또 다른 나눔의 방법인 책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생 때 작성했던 버킷리스트에 멋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적었었는데, 그게 실현되었다. 그때는 단순히 멋져 보여서 첵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젠 나의 삶을 표현하고 배움을 나누고 싶어서 책을 쓰고 있다. 공저책 3권을 출간하고, 브런치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며 버킷리스트 달성한 내 모습을 바라보니 책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또 한 번 느낀다.
날 다시 꿈꾸게 한 책.
이제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내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나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자의 소중한 동반자, 책이 난 너무 좋다.
열아홉 번째 오늘, 끝.
• 오늘의 질문 일기 •
Q1. 변화의 시작이 된 특별한 일이 있나요?
Q2. 그로 인해,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