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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경 Aug 23. 2024

나는 원래 그런사람

열일곱 번째 오늘, 나를 돌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야만 했고, 내 스스로에게 높은 기대를 걸었다. 경력단절이 오래되었던 나를 뽑아준 회사도 고마웠고, 오랜만에 일을 한다는 설렘이 날 열정 가득하게 만들었다.


1년이 채 안된 상황에서 나는 다양한 사업을 맡았다. 사무적인 일은 조금만 집중하면 금방 해결되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직장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들을 상담에 쏟았다. 퇴근 후에도 상담은 계속되었다. 내 아이가 열이 나며 아파서 울고 있을 때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전화상담을 했다.


항상 열정적으로 상담에 임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보람되기보다 늘 고통이 먼저였다. 상담 중에 그들의 이야기에 너무 심하게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내 감정과 그들의 감정을 분리하기가 힘들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고통과 감정을 나의 마음에 담다 보니 나를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상담에서 받은 감정의 부담으로 인해 매일매일 피 말라 갔다. 스트레스받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언제부턴가 두피와 목부근에 조금씩 두드러기가 올라오더니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동반했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까지 증상이 나타났다. 걸을 때마다 쓸리는 그 고통. 손에는 신경성 피부염이 생겨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기가 창피했다. 중간중간 이명도 들렸다.....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어느 날은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떨렸다. 몸 전체가 떨리는 느낌에 처음 겪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공황 증상이라고들 했다. 이런 상황으론 모든 걸 잃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도망치듯 육아휴직을 썼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필요하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겠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나를 찾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게 되었다. 나의 마음을 돌보고 잊고 있었던 나를 찾는다는 문구가 너무나도 와닿았다.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도 절실한 자기 돌봄이 아닌가! 홀린 듯 신청서를 작성하였고 다양한 나를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나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내가 힘들게 살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고통받고 힘들었던 이유는 인정욕구가 불러온 완벽주의였다. 나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할 때 나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강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고자 하며 계속해서 오버페이스로 내달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나조차도 내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알고 보니 난 원래 그런 사람으로 태어났더라. 인정욕구가 강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


“그랬구나,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나를 이해하고 나니 답답함이 사라지고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비로소 진정한 내가 되었다. 좋든 싫든 나의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나의 해답이었다. 마음이 편해지니 나도 모르는 내 몸이 많이 호전되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사실 스트레스라는 건 원래 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무에서 유로 창조해 내는 건 어쩌면 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난 나를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지 않기로 했다. 나 자신을 위해 조금 더 날 위하기로 했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받아들이되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매일 오롯이 나만의 시간도 꼭 갖기로 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자기 돌봄을 꾸준히 행하면서 더욱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내가 돼보려 한다.


타인의 기대와 평가에서 자유로워지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열일곱 번째 오늘, 끝.



• 오늘의 질문 일기 •



Q1. 나의 몸과 마음은 안녕한가요?






Q2. 나만의 자기 돌봄 방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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