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이 연속된다
평야와 하늘의 모호한 경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비가 쏟아진다
여러 날 오랫동안 쏟아진다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고
해와 달을 구별할 수 없다.
무수히 쏟아지는 하늘 위로
촘촘히 박힌 것이
별인지 빗줄기인지
구별할 수 없다
그러나 우두커니
우두커니 그것을 지켜본다.
바닥으로 부딪치며 형태를 잃는 것은
빗줄기이고
부딪치지 않고 그 자리서 빛을 내는 것은
별일테니까.
모든 것은
깊고 깊은 심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눈을 감으면 지나온 어떤 날들,
또 눈을 감으면 지나온 어떤 날들.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예뻐서
뒷동산 정상에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이 예뻐서
늦은 밤 방 안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나만 비추는 것만 같아서
새벽녘 아무도 없는 거리를
자유롭게 걷는 순간이 좋아서
사진처럼 기억 속에 남은 찰나조차
재산인 것만 같았던 날들.
무엇을 상실했던가.
되뇌인다.
나는 가난하고픈가
마음도 육신도 가난했던 그때
모든 것이 절실했던 삶을 살고픈가
어디를 걷는가
상실의 시절을 걷는가
모호한 경계
하늘인지 평야인지 알 수 없고
청춘인지 황혼이지 알 수 없는 채로
영원의 시절을 걷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