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1일

오래 만난 사람이 있습니다.

by 지수빈

여기 너를 기억하는 글을 쓸게

내가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함이야.

내 기억 속에서 어느 순간 사라지지 않도록.

내 기억 속에서 어느 순간 각색되지 않도록.

어떤 퇴색도 되지 않은 채로

여기 너의 스물여덟을 기억해 놓을게.

우리 그 해 12월의 마지막 날에 만나

너는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고

나는 너를 찾고 있었지

그 순간 나는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다가도

한편으로는 너를 만나고 싶었다가도

마음이 차게 식었다가 다시 뜨거워졌다가

핸드폰 너머 저편에서 너, 내게 그랬지

왜 앞만 봐, 뒤를 봐

그렇게 내가 돌아보면 거기 네가 서 있었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을까.

스물여덟의 너를 만난다는 것.

네 젊음을 만난다는 것.

어깨에서 허리로 떨어지는 사선

등허리 가운데를 고랑처럼 가로지르는 척추.

걸을 때 유연한 등근육과 함께 솟아오르던 날개뼈.

허리에서 허벅지.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굵고 촘촘한 곡선.

네 업에서 비롯되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도

가볍게 내디뎌서 금방 날아오를 것처럼 가벼운 몸짓을 보고 있으면

이 남자 이토록 오랫동안 스스로 빚어왔음을.

이렇게 빚어내기 위하여 너 어떤 젊음을 지나쳐 왔는지.


네가 빚어낸 그 많은 것들.

때로는 우직했을 것이고, 때로는 거칠었을 것이고

또 어떤 때는 부드럽고 정교해야 했을 것이다.

그것들이 네 눈매를 그렇게 빚어내고, 콧날과 코끝을 그렇게 빚어냈을 거야.

눈매는 유연한 곡선이면서도 날렵함을 잃지 않도록.

콧날에서 코끝까지 완벽한 직선이 되도록

윗입술 중앙에서 입술 끝까지 정교하도록.

나 네가 빚어낸 많은 것들에

손 끝을 대어보고 싶었지.

그렇게 손 끝을 대어 보면 네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손을 먼저 내밀어보면 네가 내 손을 잡아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