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만난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너를 기억하는 글을 쓸게
내가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함이야.
내 기억 속에서 어느 순간 사라지지 않도록.
내 기억 속에서 어느 순간 각색되지 않도록.
어떤 퇴색도 되지 않은 채로
여기 너의 스물여덟을 기억해 놓을게.
우리 그 해 12월의 마지막 날에 만나
너는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고
나는 너를 찾고 있었지
그 순간 나는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다가도
한편으로는 너를 만나고 싶었다가도
마음이 차게 식었다가 다시 뜨거워졌다가
핸드폰 너머 저편에서 너, 내게 그랬지
왜 앞만 봐, 뒤를 봐
그렇게 내가 돌아보면 거기 네가 서 있었지.
그 순간 나는 깨달았을까.
스물여덟의 너를 만난다는 것.
네 젊음을 만난다는 것.
어깨에서 허리로 떨어지는 사선
등허리 가운데를 고랑처럼 가로지르는 척추.
걸을 때 유연한 등근육과 함께 솟아오르던 날개뼈.
허리에서 허벅지.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 굵고 촘촘한 곡선.
네 업에서 비롯되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도
가볍게 내디뎌서 금방 날아오를 것처럼 가벼운 몸짓을 보고 있으면
이 남자 이토록 오랫동안 스스로 빚어왔음을.
이렇게 빚어내기 위하여 너 어떤 젊음을 지나쳐 왔는지.
네가 빚어낸 그 많은 것들.
때로는 우직했을 것이고, 때로는 거칠었을 것이고
또 어떤 때는 부드럽고 정교해야 했을 것이다.
그것들이 네 눈매를 그렇게 빚어내고, 콧날과 코끝을 그렇게 빚어냈을 거야.
눈매는 유연한 곡선이면서도 날렵함을 잃지 않도록.
콧날에서 코끝까지 완벽한 직선이 되도록
윗입술 중앙에서 입술 끝까지 정교하도록.
나 네가 빚어낸 많은 것들에
손 끝을 대어보고 싶었지.
그렇게 손 끝을 대어 보면 네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손을 먼저 내밀어보면 네가 내 손을 잡아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