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었을까.

그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 그보다 더

by 지수빈

여기서 나 너를 기억하는 일을 그만하기로 한다.

이 비가 여기 그만 그쳤듯이.

더 쏟아내지 못하고 그만두었듯이.

사랑했던 과분한 기억.

여러 번 곱씹은 탓에 불확실한 기억

어떤 것이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기억.

기억 속의 기억. 기억 그 속의 기억. 무너진 채로.

사랑한다는 것.

그 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

그 보다 더

더 사랑한다는 것.

다만 그것이 결별이었을 뿐

여기서 나 너를 기억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더는 너를 사랑하지 않기로 한다.

결별 이후 오랫동안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이 비가 더 내리지 못한 채 멈추었듯이.

더 쏟아지지 못한고 그만두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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