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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n 08. 2023

나만의 청소 방법

2.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다 _ (3) 엄마의 자랑거리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6/08 업로드


2 - (3) 나만의 청소 방법 _ 엄마의 자랑거리


어느 날 갑자기 '청소를 하자'는 마음이 들면 방 안의 모든 곳을 뒤엎는다.

(머리에 두건을 두른 빈아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당찬 표정으로 '청소를 하자'라고 외치고 있다. 빈아의 눈앞에 책꽂이와 옷장에서 꺼낸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다.)


마치 오늘 이사 온 것처럼 처음부터 하나씩 정리한다.

(버릴 물건을 뒤로 던지며 과감히 '버려'하는 빈아와 '이건 못 버려...'하고 파일을 꼭 안고 있는 빈아가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물건 리스트가 그림 주변에 적혀 있다.)


손에 닿는 곳만 닦고 눈에 보이는 곳만 정리하면 청소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책꽂이 안 쪽을 물티슈로 닦는 빈아. 행복해 보인다.)


반짝반짝하게 닦고, 안 쓰는 물건도 한 봉지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한바탕 정리하고 나면 최대한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쓰레기 봉지를 어깨에 메고 가는 빈아의 뒷모습.)


이런 습관은 어릴 때부터 있었다. 어느 날 불현듯 '청소를 하자'는 마음이 들었고 그날 나는 집 전체를 대청소했다.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청소기를 돌리는 어린 빈아.)


그날 이후 엄마에게 주변의 자랑거리가 됐더랬다.

(엄마 친구들 모임에 빈아가 함께 있다. 엄마가 '우리 집은 딸이 청소 다 해~' 하며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뿌듯한 표정의 빈아.)


청소를 잘하는 것, 정리 정돈을 좋아하는 것은 커가면서 계속 도움이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남들은 못 찾는 물건들을 나는 어디 있는지 바로 알고 척척 찾아냈다. 그 외에도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하니 무엇을 하든 능률은 덩달아 올랐을 것이다.

(빈아가 책상 서랍을 연다. 서랍 속에 각 맞춰 정리된 물건들이 보인다.)


새삼 내가 정리를 좋아해서 참 좋다. 그리고 감사하다.

(거울에 비친 자기를 보며 엄지를 들어 올리는 빈아.)


 정리 정돈은 나에게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다. 깨끗해진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그래서 청소하는 날을 잡아놓고 일부러 기다리기도 한다.


 먼지는 하루하루 쌓이기 마련이고, 버린다고 버렸지만 늘 버릴 것들이 생긴다. 계절마다 자주 입는 옷도 달라져 옷장 갈이도 해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걸 날 잡고 하루에 다 끝낸다. 그리고 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한다.


 원래 물건을 잘 버리지 못했다. 안 쓰는 것들을 추억이라고 가지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 참고서들은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남아 있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버리지 못했고, 선물 받았지만 잘 입지 않는 옷들은 선물 받았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했다. 사용하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 가는 인형들은 귀여운 것을 버린다는 괜한 죄책감에, 잘 신지 않아 신발장에 몇 년째 방치된 신발들은 아쉬움에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최소한의 것들만 남겨놓고 과감히 버린다. 정리는 비우는 것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몇 개 있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그림들, 다이어리, 다 읽은 책들, 직접 사 온 소품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들이다. 이것만 다 모아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지만, 아직 그들을 버릴 수 있는 냉정함이 내게 없다.


 내가 최종적으로 소유할 물건들은 아마도 독립을 하면서 추려지지 않을까. 본가에 둘 물건과 가지고 나갈 것으로 나눠질 것이다. 과연 무엇을 두고 갈 것인가, 추측해 보면 진짜 가끔 입지만 잘 입지 않는 옷들, 인상 깊게 읽지 않은 책들, 그리고 그림들. 그림은 앞으로도 계속 쌓일 테니 어린 시절 그린 것들은 두고 갈 것 같다.


 정리정돈을 좋아하게 된 이유엔 이것이 나와 잘 맞는 것도 있겠지만 집안을 잘 치우는 게 부모님 입장에서 큰 자랑거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청소하면서 내 몸과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신 부모님이 깨끗해진 집을 보고 칭찬해 주실 때 정말 기뻤다.


 청소를 잘하는 것, 정리 정돈을 좋아하는 것은 커가면서 계속 도움이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남들은 못 찾는 물건들을 나는 어디 있는지 바로 알고 척척 찾아냈다. 주변을 깨끗하게 하니 무엇을 하든 능률은 덩달아 올랐을 것이다.


 내가 정리를 좋아해서 참 좋다. 그리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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