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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un 02. 2023

그림이 좋은 이유

2.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다 _ (2) 그림쟁이 시절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06/02 업로드


2 - (2) 그림이 좋은 이유 _ 그림쟁이 시절


학창 시절, 반에 꼭 한 명씩은 있던 그림쟁이 친구, 그게 바로 나였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빈아. 빈아가 그린 그림을 다 같이 보고 있다.)


학교 갈 때마다 꼭 낙서장을 챙겼고, 쉬는 시간마다 그림을 그렸다.

(열려 있는 빈아의 책가방 속에 스프링 노트가 들어가 있다. 스프링 노트만 컬러로 강조.)


만화를 그리는 친구와 서로 번갈아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기도 했고 패션에 관심이 생긴 뒤로는 모델같이 긴 실루엣의 사람을 그리기도 했다.

(사선 분할 / 1) 친구와 나란히 앉아 노트 한 개를 펼치고 한쪽씩 그림을 그리고 있는 빈아 / 2) 패션 디자인을 하고 있는 빈아.)


그렇게 그림을 좋아했던 시간들이 방 한구석에 줄지어 서있다.

(그림 노트들이 쌓여 있는 책꽂이. 쭈그리고 앉아 노트들을 바라보는 빈아. 과거의 빈아와 구분.)


가끔 옛 그림들을 펼쳐보면, '이게 그림인가' 싶을 정도로 못 그렸지만

(그림을 보고 가는 실눈을 뜨고 있는 빈아. '흠...' 하고 한숨을 쉰다.)


그때그때 주변에서 들었던 칭찬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이 펼쳐진 노트를 배경으로 칭찬이 적힌 말풍선들이 그려져 있다. '미술 학원도 안 다니는데 이렇게 잘 그려?', '네 그림엔 너만의 색깔이 있어.' )


어느 날엔가 엄마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칭찬을 던진 적이 있는데,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 그림을 좋아할 수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그리고 있는 빈아에게 칭찬을 하고 있는 엄마.)


그렇게 주변에서 받았던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다.

(칭찬을 받고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빈아. 손이 빠르게 움직이는 듯한 연출.)


만약 그때, 주변에서 비난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내 옆에 그런 사람들밖에 없었다면.

(노트를 책꽂이에 다시 끼워 넣는 빈아.)


 글 쓰는 것만큼이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돌이켜보면 칭찬을 받았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은 계속 있었고 거기에 비교당할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스스로 엄격했지, 주변에서는 잘한다 잘한다 소리만 들었다. 그래서 실력을 떠나 그림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엄마가 해줬던 칭찬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생일 때, 엄마가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엄청 높은 톤의 목소리로 칭찬을 해 주신 적이 있다. 거창한 말은 아니었다. '어머, 그림 너무 잘 그린다.'와 같은 평범한 칭찬이었다. 근데 그 순간의 분위기와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칭찬보다 몇 배는 더 좋았다. 그 이후부터 그림 그리는 게 더 좋아졌음이 분명하다.


 만약 그때, 주변에서 비난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그게 그림이냐, 정말 못 그린다, 누구누구가 훨씬 잘 그려.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더 이상 그림을 그리기 위한 펜은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지금 그림을 좋아하는 건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린 시절의 낙서 같은 그림들까지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게 만든 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칭찬들이지 않을까.


 나는 패션을 전공했지만 미대를 나오진 않았다. 미술 영재원에서 수업을 받은 적은 있지만 미술 학원을 다니며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지도 않았다. 그저 그림 그리는 걸 사랑하고 계속해왔을 뿐이다. 글을 쓰게 되면서 살짝 소홀해진 건 있지만 표현을 사랑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이후부터 앞으로 펼쳐질 내 삶에 그림을 뺄 수는 없다.


 빈아와 백야를 그리며 때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몰입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자유가 참 좋다. 그래서 SNS가 발달한 시기에 살고 있는 게 나에겐 큰 행운이다. 표현하며 살고, 그걸 세상과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 '그래서 그걸로 돈은 벌어?' 하고 물어보면 '저는 돈을 위해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테니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나에게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그럼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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