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패션위크'는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버려지고 있는 자투리 원단들을 활용해 의상을 제작하고, 마을 축제에서 패션쇼를 열어 옷을 선보이는 프로젝트였다.
빈아 생각_ '환경을 지키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니.'
(술래가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고, 빈아가 스크린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다.)
우린 실제 봉제 공장을 운영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수업을 들으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노하우를 익혔고, 이미 그곳에서 지역과 환경을 고려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들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강연자_'디자인이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의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해요.'
(강연 중인 '공공공간'.)
그 눈부신 청춘들과 함께하며 우리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빈아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빛나고 있다.)
우린 다가오는 축제를 기다리며 재봉틀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선생님과 함께 틈틈이 작업했고, 그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의미 있는 옷들을 만들었다.
(재봉틀 앞에 앉아있는 빈아와 그 옆에서 설명하는 선생님.)
나는 총 두 벌의 의상을 제작했는데, 하나는 한복 천들을 활용한 조각보 재킷과 조끼였고, 다른 하나는 뒤에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적은 원피스였다.
(빈아가 만든 의상.)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3/12/15 업로드
5-(5-2-2) 스쳐가는 기회와 짧은 망설임 _ 특별한 조각보
우리는 그렇게 직접 만든 옷으로 전시를 열기도 했고
(전시회. 옷들이 천장에 걸려있고,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다.)
동네를 배경으로 화보를 남겼으며
(화보촬영을 하는 빈아. 수줍은 표정.)
마을 축제 때 패션쇼를 열어 쑥스럽게 런웨이를 걸었다.
(마을 축제. 무대 끝에서 포즈를 취하는 빈아와 빈아의 옷을 입은 모델.)
그 피날레를 통해 우리가 그 옷을 만들기까지 그 지역에 상당히 스며있었음을 드러냈고, 많은 걸 얻어간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이전 장면에서 고개만 돌려 창신동을 둘러보는 빈아.)
그리고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DDP에 몰려가 우리만의 미니 패션쇼를 열며 프로젝트를 마쳤다.
(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는 DDP. 한 구석에서 런웨이를 펼치고 있는 우리들. 웃음이 가득하다.)
내가 만든 옷에 쓰인 조각들은 그냥 조각들이 아니었다. 모두 버려질 것들이었다.
(자투리 원단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
그걸 하나로 이어 더 이상 조각이 아닐 수 있게 했다. 그런 뜻깊은 활동에 동참했다는 것 만으로 뿌듯하고 감사했던 시간들이었다.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옷이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모두가 선의와 흥미만 가지고 모인 그곳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다정하기만 했기에 생생하고 아득하고 가슴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다리중개소' 문 틈으로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온다. 밖은 어둑해져 있다.)
나에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줬던 분과, 그렇게 스쳐 지나갈뻔한 기회를 망설임 없이 잡았던 나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그곳을 나오는 빈아.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형 원단 시장이 있는 패션의 중심지 동대문 옆엔 창신동이라는 곳이 있다. 봉제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어떻게 보면 동대문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대학교 1학년 가을, 그곳의 저 언덕 꼭대기 어딘가에서 가슴 뛰는 청년으로 지냈다.
'한다리중개소'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만들고 00은 대학(사단법인 공공네트워크)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역의 문제 해결에 주민 주체의 참여를 만들어 내고 사회적 경제 조직의 역량을 결집, 활용하는 지역밀착형 실험공간이자 협업 공간이다. 그곳을 거점으로 사람과 이야기들이 모이고, 그곳의 술래(청년기획자)들이 그들을 필요한 곳에 연결한다. 00은대학(00엔 지역이나 장소의 이름이 들어간다_내가 참여한 곳은 '창신은 대학'이었다)은 그 지역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이 되고 학생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들기보다 숨어있는 자원을 발견하고 그것이 잘 쓰이도록 한다. 그럼으로써 지역에 활기를 더하고 배움의 가치를 실현한다(한다리중개소 블로그 소개 글 참고).
나는 고등학교 때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청소년운영위원회로 활동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분의 제안으로 '창신은대학'의 '창신패션위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창신 패션위크는 창신동 봉제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활용하여 새롭게 의상을 제작하고, 마을 축제에서 패션쇼를 열어 직접 옷을 선보이는, 환경을 지키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우린 본격적으로 의상을 제작하기에 앞서 실제 그곳에서 봉제 공장을 운영하고 계신 선생님을 통해 간단한 봉제 수업을 들었고, 관련 환경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학교 실습수업 때문에 동대문 원단 시장만 주구장창 갔던 나에게 그 옆 동네에 이런 생활이 펼쳐져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공장마다 앞에 놓인 수많은 대봉들이 모두 버려질 원단들이라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총 두 벌의 의상을 제작했는데, 하나는 한복 천들을 활용한 조각보 재킷과 조끼였고, 다른 하나는 뒤에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적은 원피스였다. 학교와 한다리중개소, 그 외 무료로 재봉틀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선생님과 함께 틈틈이 작업했고, 그렇게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옷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마을 축제가 시작되고, 첫째 날엔 우리가 만든 옷들을 천장에 매달아 전시회를 열었다. 각각의 옷에 디자이너의 설명이 적힌 카드를 함께 매달았는데, 우리가 만든 옷을 찬찬히 보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 설명을 꼼꼼히 읽으며 우리의 시간들에 박수를 보내주셨던 분들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메모지 대신 자투리 천 조각들을 활용한 방명록이 점점 채워지는 걸 보며 정말 뿌듯해했던 우리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두 번째 날엔 마을을 돌아다니며 화보 촬영을 했고, 그대로 축제 메인 장소로 가서 런웨이를 열었다. 한 명씩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모델처럼 저 끝까지 걸어가 포즈를 취했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다시 되돌아오길 반복. 마이크를 잡고 옷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가 이 지역에 며칠 동안 취해있으면서 스며있었음을 드러냈다. 너무 뜻깊은 순간이었다.
우리의 마지막 행사는 서울패션위크가 열리는 DDP에서 진행됐는데, 그곳을 무대 삼아 다시 한번 워킹을 하며 우리끼리 패션쇼를 멋지게 장식했다. 그 행사를 끝으로 그곳과 그분들을 볼 기회가 없어졌지만, 그때의 사진들을 보면 지금도 그곳에서 재봉틀을 만지고 있는 것만 같다. 함께 한 사람들 중고등학교 동창들도 있어서인지 정말 편하게 임했고, 모두가 선의 하나만 가지고 모인 그곳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다정하기만 했기에 생생하고 아득하고 가슴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만든 옷에 쓰인 조각들은 그냥 조각들이 아니었다. 모두 버려질 것들이었다. 그걸 하나로 이어 더 이상 조각이 아닐 수 있게 했고, 완성된 옷을 직접 입고 소개하며 우리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음에 뿌듯하고 감사했다. 나에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해줬던 분과, 그렇게 스쳐 지나갈뻔한 기회를 망설임 없이 잡았던 나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