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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Jan 26. 2024

시작하기까지 필요한 시간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1/26 업로드


누군가 내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자주 썼던 말이다.

빈아_ 그냥 해봐!

(빈아와 친구가 대화를 하고 있다.)


스스로에겐 적용하지 않는 말이면서 남에겐 관대하게 썼던 싱거운 조언이었다.

(위를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는 빈아.)


상대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그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고, 그 시간에 느끼는 두려움을 가까운 지인에게 말로 풀어내고 싶은 것이다.

빈아_ 그래.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

(빈아 앞에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바로 코앞에 시작점이 있고, 다른 하나는 저 멀리 있다.)


혹자는 준비가 완벽하게 된 상태에서 시작하지 말라고 한다. 어차피 그럴 수는 없으니까.

(시작점이 가까운 길 앞에 서 있는 빈아.)


그러나 '시작'은 '그냥' 할 수 없다.

(시작점이 멀리 있는 길을 바라보는 빈아.)


자기 나름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에 자기 불안을 낮추는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에게도 계속 물어봐야 한다.

(그쪽 길로 방향을 튼다.)


빈아_ 나는 정말 이걸 하고 싶은 건가? 한참 해보고 나서 아닌 걸 알아도 괜찮을 수 있는가?

(멈칫, 멈추는 빈아의 발 클로즈업.)


그 기간이 길어지는 게 문제라면, 한번 생각해 보자. 무엇을 기준에 두고 보길래 그게 길다고 생각하는지.

(시작점이 가까웠던 길을 바라보는 빈아.)


그냥 시작해 보는 게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그게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빈아_ 뭐가 필요하지? 뭐부터 하면 되려나~

(길을 노트 삼아 계획을 적는 빈아.)


 나는 인스타툰을 해야겠다고 결정하고 준비해서 실행하기까지 넉 달 정도 걸렸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자는 마음 반, 그냥 해보자는 마음 반이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은, 어차피 글과 그림에 있어 백 퍼센트의 만족은 없으니, 이 정도 했다면 일단 해보자는 거였다. 그렇게 빈아와 백야 캐릭터를 탄생시켜 저작권을 등록하고 첫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냥 무작정 시작한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내게 필요한 준비 시간을 거의 다 쓴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시작해 볼 정도로 불안과 두려움이 낮아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냐는, 스스로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 선명해진 시기였다. 그러기까지 넉 달이 걸린 것이고, 그 시간이 남들이 보기엔 짧다, 길다 느낄지 모르겠지만 내겐 딱 적절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자기에게 맞는 준비 시간, 정도를 알고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적절한 순간에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게 생각보다 나와 맞지 않았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그렇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내어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중간중간 좌절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오히려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시야도 확보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정하지 않고 살기로 했다. 강도는 조절해야겠지만 종류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다채롭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내 길에 수많은 기록들을 남기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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