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있는 빈아 앞에 스탠드 불이 켜져 있고, 달력의 엑스 표시가 완전히 사라져 있다.)
하루가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는 게 스스로를 옥죌 때가 있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지만 오늘은 다시 오지 않기에, 그 순간이 흘려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 그렇고, 약속과 책임보다 나태가 앞설 때 그렇다. 하루를 그냥 흘려보냈다는 죄책감이 더해진다면 더더욱 그 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나의 경우, 그렇게 찝찝한 상태로 저녁 시간을 보내면 다음날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괜히 이불속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저 바깥의 밝은 햇빛은 따갑게 느껴진다. 오히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온전히 보내자는 마음으로 그날 계획한 것을 최대한 하거나 그냥 마음 편히 쉬자고 정하고 누우면 다음날 활기찬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아침엔 몸의 피로도보다 정신의 피로도가 낮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렇듯 전날 저녁시간이 중요하다. 이는 정신과 몸이 상대를 지배하지 않고 각자가 건강히 살아 숨 쉬며 밸런스를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루 24시간은 꽤 긴 시간이다. 우린 그 긴 시간의 일부는 매우 바쁘게 보내고 일부는 늘어지며 흘려보낸다. 오늘을 어떻게 살지 생각하며 오늘만을 온전히 살기로 다짐하면, 오히려 그 선택의 끝이 늘어짐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것들로 이루어지는 나만의 시간이고, 그 시간의 가치를 아는 것이다. 내일이 오는 것을 기쁘게 맞이하고 싶다면 남은 오늘을 소중히 느끼며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