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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아 Apr 18. 2024

잊을 수 없는 첫 출근날

6.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_ (4-1) 생활한복 브랜드 MD가 되다

[인스타툰 스크립트]

2024/04/18 업로드


6-(4-1) 잊을 수 없는 첫 출근날 _ 생활한복 브랜드 MD가 되다


2022년 4월 4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한 내가 첫 출근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달력에 '첫 출근'이라고 적혀 있다.)


졸업 직후 때마침 평소 관심 있었던 생활한복 브랜드 MD 구인 공고가 올라왔고, 마치 그곳이 원래부터 내 자리였던 것처럼 물 흐르듯 지원했다.

(면접을 보러 회사에 간 빈아.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원했던 디자인 직무는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였고 나름 규모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빈아_안녕하세요! 오늘 면접보기로 한 빈아라고 하는데요.

(출입 지문 인식 기기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빈아.)


그리고 워낙 한복 관련 활동들을 많이 해왔던 터라 서류며 면접까지 그리 어렵지 않게 해냈다.

빈아_생활한복으로 창업해서 이 자리까지 온 곳인 만큼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많은 곳일 거야.

(면접을 보는 빈아.)


칠 뒤, 12년 지기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날 아침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해 3월은 여러모로 긍정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빈아_나 취업했어!

(빈아가 친구에게 합격했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첫 출근날 새벽, 몇 시간 뒤면 출근을 해야 했던 그때,

빈아 엄마_빈아야...

(엄마가 빈아의 방 문을 열고 들어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내게 너무 큰 슬픔이 들이닥쳤다.

(엄마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침대에서 뛰쳐 내려오는 빈아. 안방으로 달려간다.)


18년간 함께 했던 나의 강아지가 미처 눈도 감지 못한 채 세상과 작했던 것이다.

빈아_딸기야!!!!!

(차갑게 누워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끌어안고 우는 빈아.)


 2021년, 벤더 기업에서 상반기를 보냈던 그 해, 하반기는 막학기 수업을 듣는 대학생 모드로 전환됐다. 그렇게 다음 해 2월 졸업을 했고, 3월에 곧바로 취업이 됐다. 그리고 4월 4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취업 준비는 한 달 정도 했던 것 같다. 평소 관심 있었던 의상 디자인 직무뿐만 아니라 한복, 생활한복 브랜드들까지 구인 공고를 찾아보며 5곳 정도에 지원했고, 가장 먼저 연락온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생활한복 브랜드 기획 MD 자리였는데, 원했던 직무는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였고 나름 규모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배우는 게 많을 거라확신도 들었다. 그리고 학부생 때 한복 관련 활동들을 많이 해왔던 터라 서류며 면접까지 준비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고 다짐했고, 그 최선에 내 활동들이 탄탄히 뒷받침해 주길 바랐다. 서류 지원 시 제출했던 포트폴리오를 굳이 보완해서 크게 인쇄해 갈 만큼 나는 그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면접 분위기는 편안하니 참 좋았다. 특정 분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나를 보는 시선 속에 '너도 한복을 사랑하는구나?'의 반가운 반응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 긍정의 기운이 이어져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때가 3월 14일, 무려 12년 지기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날 아침이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설렘과 취업했다는 안심이 공존하면서 그 여행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첫 출근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생겼고, 나는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겨놓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막상 회사생활을 하면 하기 어려워지는 것들을 하나씩 했다. 코로나 19로 졸업식이 없어진 동기들끼리 졸업 사진도 찍고, 평일 낮에 카페를 가는 거라던가 전시를 보러 가는 것, 친구들을 만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것까지 막판 여유를 즐기느라 바빴다. 집에 어둠이 밀려오는지도 모른 채. 아니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어 외면만 한 채로.


 그렇게 첫 출근날이 다가왔고, 그날 새벽, 몇 시간 뒤면 출근을 해야 했던 그때, 밀려오던 어둠의 정체와 맞닥뜨렸다. 18년간 함께 했던 나의 강아지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사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버린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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